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1
이야기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해 놓은 상태로 프랑스 학사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원서를 다 내고 결과를 기다리며 세 달간 마드리드에 머물렀다. 스페인어가 배우고 싶기도, 필요하기도 해서 스페인어를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떠났다. 결국 스페인어보다는 스페인 여행을 더 열심히 했지만.
마드리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전 해에 스페인에 여행을 갔었는데, 마드리드가 제일 살아보고 싶었다. 한창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에 빠졌었던 게 이유의 80%였긴 하다. 당차게 플랫셰어를 선택해서 세계 각지에서 온 7명과 함께 아파트를 공유하며 세 달을 지냈다. 플랫셰어긴 하지만 공간 분리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7명과는 놀랍게도 마주칠 일이 없었다.
아무튼 다시 프렌치토스트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프렌치토스트는 내가 어린이였을 때 자주 먹었어서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할머니였나 엄마였나 둘 다였나. 간식이나 아침으로 가끔 먹었다. 내가 말하는 프렌치토스트는 진짜 프랑스 느낌 폭신한 Pain perdu가 아니라 한국식 프렌치토스트. 얇은 식빵에 댤걀물과 우유 묻혀서 대충 구워서 설탕 발라 먹는 할머니표 엄마표 프렌치토스트 있잖아. 폭신한 식빵에 계란맛도 나고 우유맛도 나고 살짝 얹어 놓은 설탕 때문에 달달하기도 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혼자 산 지 좀 돼서 요리도 많이 하고, 내가 잘하는 요리가 뭔지도 잘 알고,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해보지만 2018년까지만 해도 나는 혼자 음식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아마 그래서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달걀과 우유의 비율, 식빵의 종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루는 마드리드에서 아침에 프렌치토스트를 해 먹으려고 계란이랑 우유랑 풀어서 식빵에 적셨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 구웠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처참하게 실패했다. 맛도 이상하고 계란도 하나도 안 익은 것 같고. 프렌치토스트 용 빵이 있는 건가, 전용 달걀이 있는 건가, 전용 우유가 있는 건가.
프렌치토스트 굽기에 실패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으면 나와봐. 조각을 조금 잘라 입에 넣으면서 이렇게 맛없는 걸 먹으면서 조그마한 방에서 혼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는 이거 하나도 제대로 못 굽는 사람이구나 싶고. 나는 평생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혼자 먹어야 할 운명인가 싶고. 곧 프랑스 가서 혼자 살 생각하니 갑자기 막막한 생각이 들더라. 원래는 혼자 사는 것, 해외에 혼자 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었는데, 오히려 신나고 기대되었는데, 이렇게 조그마한 프렌치토스트 하나가 나에게 혼자 헤쳐 나가야 할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아서 공포를 불러왔다.
그렇게 엉엉 울면서 고작 이거로 엉엉 울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또 울고 싶어지고
또 울다 보니 한심하고... (무한반복)
그 이후로 한참 프렌치토스트는 물론이고 프랑스에 와서도 Pain perdu 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절대로 내가 직접 만들지 않았고 시도해보지도 않았다. 프렌치토스트를 요리하는 게 무서운 사람이 있을까, 프렌치토스트 포비아가 생겼던 건가.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3년 6월 29일. 무조건 아침을 먹고 출근이나 등교를 하기 위해 매일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아침 메뉴 아이디어가 떨어져 가고 있었던 차에 전날 저녁에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아. 내일 아침은 프렌치 토스트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비장하게 계란과 우유를 1:1로 섞고
식빵을 빠트렸다가 꺼내서 굽기 시작.
이번엔 나름대로 성공했다.
흰 식빵이 아니고 곡물 식빵이라 색깔도 약간 이상했고 모양도 예쁘지는 않았지만 맛있었다.
잘 구웠다.
맛있었다.
내가 원하던 딱 그 할머니표 프렌치토스트였단 말이야.
나도 이제 프렌치 토스트 할 줄 알아!
별거 아니지만 왠지 해낸 것 같은 기분 알지.
실패했던 걸 드디어 성공했을 때의 째지는 기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