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이야기
일본의 출산율은 이미 10년 전부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26. 이는 1970년대 이후 최저치로, 그들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인구 절벽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왔습니다. 고령화율은 30%를 넘기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안착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이 흐름을 더 빠르게, 더 극단적으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72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이미 OECD 평균(1.5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 사실상 인구 유지 불가능 상태입니다. 2025년 한국도 일본처럼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며, 2045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37%를 넘어 일본보다도 더 고령화된 사회가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구조의 붕괴뿐 아니라, 기업의 생존 문제로 직결됩니다. 일본은 이미 이를 겪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의 3곳 중 1곳이 후계자 부족으로 폐업 위기를 겪었고,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기업의 인력난으로 아예 영업을 접는 사례도 급증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내 한 제조업체는 단순 생산직을 구하지 못해 정년 퇴직자에게 ‘70세까지 재고용’을 제안하거나, 동남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떤가요? 청년 구직난이 여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구인난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2024년 1분기 기준 제조업을 포함한 10인 이상 기업의 구인배율은 1.15를 넘겼습니다. 즉,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IT·건설·간호·생산직 분야는 이미 ‘사람이 없어도 공장을 못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인재 유출입니다. 한국의 2030 세대는 좋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고, 반면 국내 노동시장에는 노년층과 외국인 노동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내부의 연령 구성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결국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혁신 역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일본의 지난 10년은 그 답을 보여줍니다. 늦장 대응은 결국 ‘고비용 저효율 사회’라는 대가로 돌아옵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대비하지 않으면, 5년 안에 일본보다 더 심각한 인력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제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인재가 기업을 고르는 시대, 단순 채용 공고만으로는 사람을 구할 수 없습니다. 정규직 중심의 폐쇄적인 채용 문화,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조직 구조는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대신 세대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며,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일본은 늦었습니다. 한국은 아직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 우리 기업은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작가 링크드인: www.linkedin.com/in/jihoonson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