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날씨는 제법 쌀쌀했지만
설 연휴만큼은 봄날처럼 따뜻했다.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을 함께 나누며
지난 한 해의 이야기와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누님, 그리고 나.
오랫동안 네 식구였다.
네 사람이 둘러앉기엔 충분했던 작은 탁상.
평소엔 식탁을 사용하다 보니
그 탁상을 꺼낼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해지더니
어느새 네 식구는 열네 명이 되었다.
이제는 그 탁상만으로는 자리가 모자란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여덟 자리 탁상을
예전 네 자리 탁상에 붙여보니
그제야 모두가 둘러앉을 수 있을 듯하다.
넓다 여겼던 집은
이제 모두가 소파에 앉지 못할 만큼 비좁아졌고
아이들은 거실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나는 문득 낡은 탁상을 바라본다.
“어느새 이렇게 식구가 많아졌지?”
생각은 자연스레
어린 시절, 가족과 마주 앉아 밥을 먹던 내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때는 참 젊으셨던 부모님의 얼굴도 떠오른다.
“어느새 이렇게 연세가 드셨을까.”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나는 또 언제 이렇게 아버지가 되었을까.’
낡은 탁상은
칠이 조금 벗겨졌고
다리를 접을 때마다 삐걱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 위에는
수많은 웃음과
오랜 시간의 온기가 남아 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한다.
새로 온 깨끗한 탁상과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괜히 흐뭇해진다.
시간은 분명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