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근원 시리즈
아버지의 1970년대 작품들은 마치 현미경으로 미세한 물체를 들여다본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주의 빅뱅이나 행성들의 빛처럼 광활한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원자의 크기를 확대한 듯한 모습과 우주를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 이처럼 극과 극의 두 가지 차원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때로는 자신의 내부에 집착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때로는 광범위한 우주적 객관화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우리의 인생과 같습니다.
아버지가 이 그림을 그리시던 1970년대 대한민국은 독재와 군사정부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예술적 표현이 많이 제한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세상을 향해 자신의 자아와 존재를 입증하고 싶었던 작가의 자아는, 결국 이렇게 현미경과 망원경의 시점을 모두 담아낸 추상화로 남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저희에게 늘 말씀하셨던 **"뿌리를 잃지 말고 날개를 펴라"**는 말씀을, 이제 쉰이 훌쩍 넘어 무슨 의미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곧 나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현미경적 시각을 끊임없이 관찰하는 동시에, 광범위한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망원경적 시각을 동시에 갖추라는 말씀이었던 듯합니다.
이 작품의 푸른색은 마치 고려청자의 푸른색처럼 보입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이 청색은 검은 빅뱅에서 폭발해 나와 흰 광채를 떠올리며 수면으로 솟아오르는 듯합니다.
이 그림은 우리에게 현미경적 인생관과 망원경적 인생관을 한눈에 펼쳐 보여주는 조영동 화백의 70년대 "근원" 시리즈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네오아트 센터에 소장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