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제3기 작품들 중 제가 가장 아끼는 이 그림은, 자유로운 율동과 색채가 폭발하듯 생동감이 넘쳐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합니다. 동시에 보는 이에게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아버지는 식물들에게 무척 집착하셨습니다. 집안 가득 놓인 크고 작은 식물들과 분재(盆栽)들은 마치 식물원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곤 했습니다.
이때 아버지가 **"고무나무처럼 살아야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저와 남편은 항상 책을 사서 읽고 서로 바꿔 읽는 것이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남편이 어제 이 두 권의 책을 사 가지고 와서 읽더니 저에게 말했습니다.
"식물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 정말 놀라워."
이 두 책은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식물들이 우리가 볼 수 없는 지능으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번식하며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쓴 책들입니다.
바로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고무나무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인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 그림은 바로 이러한 자연의 생존 지혜와 에너지, 그리고 공존하기 위한 전략과 침묵을 말하는 그림입니다.
말 한마디에 천 가지 의미를 담고 계셨던 나의 아버지의 자연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