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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가시 면류관이 있다.

김대건 신부와 예수 가시 면류관

by Siesta
espinas.jpg 가시 면류관 4m x1.7m 캔바스에 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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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시기 3년 전 2019 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기 바로 전해에 나는 아버지와 한 달을 같이 지내면서 아버지 그림의 행적들에 대해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아버지는 몸이 안 좋아지셨었지만 나는 아버지와 많은 것이 통했기 때문에 한 달을 같이 지내면서 인터뷰하듯이 아버지의 옛 흔적들을 적어둘 수 있었다

.

특히 아버지의 농담은 알아듣는 사람이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농담을 하셨는데... (나의 큰아들 아스 퍼져 증후군이 있는 아들도 나의 아버지와 똑같은 컴퓨터 코드 같은 농담을 해서 어떤 농담은 5년 후에 갑자기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때 아버지가 했던 많은 농담들이 지금 생각나서 반은 눈물로 반은 웃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하다.


햇살이 아파트로 가득 들어오던 일요일 아버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방에서 나오시면서 나에게 난초에 물을 주고 미사 경본을 달라고 하셨다.


친하게 지내시던 신부님이 일요일에 거동이 불편해 미사를 못 오시니 집에서 읽으라고 가져다주셨다고 했다.


그 안에 책갈피에서 작은 반 추상 얼굴의 사진이 나왔다.


" 아빠, 이건 아빠 작품 사진이야?"


예체 호모 시리즈를 모아놓고 있어서 이 작품도 작은 예체 호모 드로잉 일 거라 생각했다.


" 그래, 그 그림도 내가 죽으면 광주 가서 사진 찍어놔. 가시면류관 두 점 김대건 신부님 얼굴 두 개 천주교 대학에 있으니깐. 아주 큰 작품이야."


어떻게 해서 이 그림이 가톨릭 대학에 기증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작은 사진 하나를 손에 쥐여 주시면서 " 찾아서 사진 찍어놔"라고 하신 작품들이다.


2025년 광주까지 비행기 타고 또 고속버스를 타고 가서 결국 이 그림을 찾아내었다.


이 그림을 찾기까지 너무나 수고해 주신 광주 카톨릭 박물과 김선영 기획실장님, 홍희기 박사님, 안세환 신부님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일정을 맞추어 저를 환대해 주신 옥현진 대주교 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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