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그녀와의 키스
잠결이지만 그녀의 입술이 느껴진다. 너무 격한 것 같은데 하는 순간 입술을 깨물어서 잠에서 깼다. 물론 잠결에도 시엘인 것은 알고 있었다.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코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시엘이가 코 인사로 코를 부비긴 했지만 입술을 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거울을 보니 입술 윗 쪽에 살짝 피가 맺혀 있었다.
평일에는 시엘이와 따로 자려고 했었지만 잠을 청하기 위해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시엘이의 울음소리와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겨울이라 시엘이는 사람의 온기를 더 찾는 것 같았다. 문을 열자마자 살포시 올라와 내 품에 안겼다.
중간에 깨우면 따로 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도중에 깨우지 않아서 아침에 아내에게 말했다.
“시엘이가 어제는 피곤했는지 도중에 깨우지 않고 6시에 깨우던데.”
“아니야. 자기가 피곤했었나 봐. 도중에 깨서 봤는데 시엘이가 자기 얼굴에 온 몸을 파묻다시피 하고 있어 반 밖에 보이지 않던데.”
다음날은 문을 닫기 전에 자연스레 따라 들어와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기에 체념하고 잠을 청했다. 자던 중 시엘이의 고롱고롱 소리에 깨서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코인사 정도가 아니라 입술을 핥고 있었다. 너무 격하게 핥아서 돌아누웠다. 시엘이가 어쩌지 못하고 어깨 위에서 몇 번 맴돌다가 포기했는지 자리를 떠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니 입술이 부었다.
“자기야 입술이 부었어.”
“정말이네, 자기 입술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나 봐.”
며칠 전부터 갑자기 시엘이가 입술을 노리는 이상한 현상이 있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건조해진 날씨 탓에 아내에게 받은 립글로스를 바르고 잔 이후부터 입술을 탐내기 시작했다.
시엘이가 달콤한 향을 좋아하는데 립글로스에서 달콤한 향이 나는가 보다. 평소에는 입술을 노리지 않는데 자기 전에 바르고 무방비 상태로 잠들다 보니 입술에 시엘이 표 립글로스가 발라졌다. 시엘이도 집사의 건조한 입술을 걱정하나 보다. 다만 입술이 부어오르거나 물려서 피가 나는 불상사가 있었다. 마스크가 아니었으면 난감할 뻔했다.
퇴근해서 입술이 건조해 립글로스를 바르고 있는데 어느샌가 시엘이가 와서 나를 바라보며 냥냥거렸다.
그 걸 보고 아내가 웃으며 물었다.
“시엘이의 저 소리는 무슨 의미야?”
“너 준비됐어? 난 준비됐어.”
시엘이 에게는 미안하지만 립글로스를 무향으로 바꾸기 전에는 따로 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