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Dec 02. 2021

가격 경쟁

시뮬레이션과 실제 운영

L교수님의 마케팅 강의 당시 제로섬 게임으로 시뮬레이션 실습을 했었다. 제로섬이란 이익을 얻는 것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어 결국 합이 0이 된다는 이론이다. 10여 년 전에 했던 거라 정확하진 않지만 내 기억 상으로는 이렇다.


 조마다 3가지 상품이 있다. 재고량을  100이라고 가정하고 A, B, C 제품의 재고를 합쳐서 100개까지 구매를 할 수 있다.

 A는 저가형 상품, 수익은 적지만 다다익선을 노릴 수 있다.

B는 일반형 상품, A보다 수익이 높고 평균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C는 고가형 상품, 기대수익이 가장 높지만 판매량이 적다.


총판매량은 정해져 있지만 각 조는 총판매량을 알 수 없다. 각 조는 판매 전략을 정해서 A, B, C의 재고량을 정한다. 가격과 수요는 결정되어 있고 그 외 변화 요인은 모두 고정값으로 된 시뮬레이션이었기 때문에 공급수량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판매량도 경쟁사의 전략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우리 조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으로 C의 재고를 최대치로 설정했다. 다른 조들은 균등하게 배분하거나 무난하게 진행하기 위해 B의 재고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우리의 전략이 통했고 실습에서 1등을 했다. 물론 실제였다면 변수가 많아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길 어려웠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결과에 따라 성적이 정해졌지만  실제는 존망이 정해질 수도 있다.  


 점장의 주요 업무는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다. 그를 위해 비용을 줄이고 매출 극대화를 위해 품질 및 서비스 개선과 함께 프로모션 활동을 했다.


 우리 매장은 쇼핑몰 내에 있었다. 그런데 인근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쇼핑몰이 생겼다.  기존의 내방하는 인구가 인근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어 많이 줄었다. 그리고 주거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쇼핑몰 앞에는 식당가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쇼핑몰 내의 식당과 주거지역의 식당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었다. 쇼핑몰 내 관리비 및 임대료가 적지 않아 로드샵보다는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었다.


 품질 개선을 위해 메인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자 건의했었지만 원가 때문에 수입산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손익 계산 시 원가와 인건비가 60% 이하로 관리가 되어야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는데 원가가 32% 내외였고 인건비가 30% 내외였다. 상품비와 소모품비와 관리비와 임대료 등의 지출을 하고 나면 순이익은 5% 내외였다.


 한 달 열심히 운영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50평대 매장에 한 달에 6,000~7,000명의 객수인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정받기 어려웠다. 영업은 매출이 깡패라 매출 규모가 큰 매장들이 대우를 잘 받았다. 매출 규모가 작은 매장에서는 매출로 인정받긴 어려우니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인건비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었다. 최근 인건비 상승이 가파르게 되어 비용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았다. 인건비가 오르니 식재비도 올랐다.


 판매가는 그대로인데 인건비와 식재비가 오르니 순이익은 손실로 돌아섰다. 판매가를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얼마를 올릴 것인가?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건 아닌지 등에 대한 분석을 해야 했다. 프랜차이즈라 본사가 있지만 각 매장에 대한 전략 수립에는 점장의 의견은 중요했다. 판매가를 상승시키면 객수가 줄어든다는 기준으로 예상 객수와 인상된 판매가를 계산하고 예상 객수에 맞춘 인건비를 산정하고 마지노선을 계산했다.

 

 계산대로 되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객수는 줄었지만 판매가 상승에 따른 품질 개선을 위해 준비 공정이 늘며 할 일이 많아져 인건비를 줄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전체 메뉴의 가격이 올라서 고객이 느끼는 물가의 체감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져버렸다. 예상보다 많은 객수가 떨어졌다. 이래서 M사에서는 가격의 상승에 대한 고지를 하지 않고 몇몇 제품만 200~300원씩 올려서 단골 고객이 아닌 이상 체감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매출은 낮아도 순이익을 내던 매장은 손실을 내는 매장이 되었다. 이미 한 번 올린 가격 정책을 내릴 순 없었다. 비용을 최대한 아껴서 손실을 줄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배달 관련으로 어필을 했으나 가맹점의 상권 때문에 승인받질 못했다. 점장을 맡은 순간부터 내 매장이니 이동이 없으면 2022년 12월 계약이 종료하는 날에 마무리도 내 손으로 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코로나로 그나마 있던 객수마저 잃고 손실은 걷잡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중도하차를 했고 이례적으로 쇼핑몰 계약 건임에도 중도 계약해지를 하고 매장은 폐점을 했다.


 물론 폐점은 내가 개인 사업자였다면 손해가 막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사업자였다면 더 유동성 있게 대응해서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실제는  마케팅 게임과는 달리 변수가 많고 존망이 정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아버지보다 잘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