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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01. 2021

내가 아버지보다 잘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가사분담

 출근하는 길에 아내가 지인에게 들었다며 말을 했다.

 “대부분의 남자는 가족에게 잘하는 정도가 아버지 기준이래. ‘나는 아버지보다 내 가족들에게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을 한대.

 “맞아. 나도 아버지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준이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또래 일반적인 가정이어야지.”

 “무슨 소리지? 보고 자란 것이 아버지인데 당연히 아버지가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지 않아?”

 “우리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들이 가부장적이었잖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지고 집안일은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세대인데 비교할 수가 없지. 세대가 바뀌었잖아.”


 아내의 말을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는 사람 같았다. 일요일만 쉬는데 그 마저도 회사에 일이 생기면 출근을 하는 일이 빈번했다. 아침 8시도 안 되어 출근하고 밤 10시는 되어야 퇴근을 하셨다. 항상 피곤해하는 모습이었다. 집에서 힘을 써야 하거나 무언가를 고치는 일 외에는 잘 안 하셨다.


 집안일은 어머니께서 도맡아 하셨다. 어머니께서 마실을 나갔을 때에나 내가 동생들과 함께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지금도 본가에 내려가면 어머니께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고 우리가 도와드리지도 못하게 하신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역할은 아버지는 바깥양반으로 주로 돈을 벌어오시고, 어머니는 안사람으로 집안일을 하시는 가정들이 많았다.


 우리 세대는 맞벌이 가정이 많다. 맞벌이를 해도 경제활동이 쉽지 않다. 집세, 생활비, 적금, 보험료 등 지출이 적지 않기에 둘 다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부부가 경제활동을 같이 하고 있으니 가사도 같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과거와 달리 8시간 근무와 주 5일제가 정착되어 워라밸이 가능하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가사 서비스도 많이 생겼다.


 우리 부부는 서로 각자 할 일을 나누지 않고 같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약간 삶의 패턴이 달라서 평일에는 가사활동 시간이 다르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침에는 시엘의 아침을 챙기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걸 하지 않는다. 사실 아침은 출근하기도 바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내가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종종 한다. 대신 퇴근 후 피곤해서 쉬고 싶어 하는 아내를 대신해 저녁을 챙긴다거나 설거지를 종종 한다. 외식업에 종사했었던 나에겐 다른 집안일보다는 요리나 설거지가 오히려 익숙하다.


 아마 대부분의 우리 또래 부부들은 집안일을 함께 할 것이다. 그러니 아내의 말처럼 비교군이 아버지가 아닌 또래의 일반적인 가정이어야 할 것이다. 아내가 말은 그렇게 해도 지인들에게 항상 내 자랑을 한다. 집안일도 함께 하고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준다고 말이다. 아직 자랑이 통한다는 것은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는 가정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없다. 하다 보면 일이 손에 익는다. 혼자 하면 귀찮고 힘들지만 함께 하면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생색을 내게 된다. 내가 한 만큼 아내는 쉴 수 있고 내가 안 한 만큼 아내는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 나도 가끔 귀찮다고 미루기도 한다. 아내가 하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면 아내는 늘 함께하는 건데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경제활동도 가사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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