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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30. 2021

사람이 많으면 생기는 일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오늘도 나의 알람 시엘이가 문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못 들은 척 자고 있는데 아내가 어느새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아직 아빠 자고 있어. 엄마랑 놀자.”

 간식을 주었는지 옆에서 냥냥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식을 다 먹고 내 위에 올라와서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반가운 인사를 한다.

 “시엘아, 안돼. 아빠는 아직 더 자야 해.”

“응. 괜찮아. 몇 시인데?”

“4시 반.”

 시엘이를 쓰다듬다가 다시 잠이 든다.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기 싫어하는 몸을 깨우고 정신을 차린다. 시엘이도 내 다리에 붙어서 자다가 내가 일어났음을 알아채고 일어나서 냥냥 거린다. 시엘이 아침을 챙겨주고 출근 준비를 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몸이 더 찌뿌둥하고 연차라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이제 화요일일 뿐이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같이 우산을 함께 쓰고 출근길에 나섰다. 아침에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올라간다.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계단을 이용하면 아침부터 땀을 흘려서 여유 있게 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우리가 중간쯤에 섰다. 내 뒤로는 종종 마주치는 여성이 줄을 섰다.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데 누군가 자신의 몸에 스치기라도 하면 “아이 씨”하고 그 사람을 한동안 쳐다본다.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안 얽히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저러다가 성질 있는 사람 만나면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일이 벌어졌다.


우리가 타고 그 여성이 거의 엘리베이터 앞 쪽이었다. 안 쪽에는 조금의 여유가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빨리 내리셔야 하는지 앞쪽에 자리 잡으셔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한 상태였다. 중년의 남성이 안으로 사람들을 밀며 들어왔다.

 “자리도 있는데 같이 좀 타고 갑시다.”

그 여성은 닿기만 해도 상대에게 욕을 하는데 밀었으니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아이 씨”

하고 내릴 때까지 한동안 바라보았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승강장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옆 라인에 그 여성과 중년의 남성이 언쟁을 높이고 있었다. 아마 기분이 상한 남성 분이 엘리베이터에서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이니 내린 후 따라가서 말을 한 것 같았다.


 “ 아침에 바쁘고 자리도 있는데 함께 갈 수도 있지. 그게 못마땅해서 욕을 하냐?”

“제가 언제 욕을 했어요. 증거 있어요?”

남성 분은 나름 신사답게 이야기를 했으나 여성 분의 반응에 폭발을 했는지 거침없는 말들이 나오고 집에 너 만한 딸이 있다며 예의에 대한 언급을 하다가 급기야 살에 대한 인신공격도 했다. 서로 격앙되어 말다툼을 하다가 지하철이 들어왔다.


 지하철과 함께 그 둘은 사라졌다. 안에서 싸울지 따로 떨어져서 갈지는 이제 모르는 일이다. 그들이 떠나고 아내가 말했다.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갔어도 저렇게 안 다퉜을 텐데.”

 “누군가랑 닿는 거 싫어하니 안 들어갔겠지.”

 “출근 시간이라 사람 많은데 닿는 게 싫으면 계단으로 올라가야지.”

우리는 전부터 그녀가 누군가에게 당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오늘 그 모습을 직접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며칠 전 퇴근길이었다. 아내가 노량진에서 급행을 타고 오고 있다고 했다. 나도 한 대를 보내고 맨 앞에 서 있던 터라 곧 아내를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아내의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조금 급하게 들어섰는데 옆에서 같이 지하철을 기다리던 여성과 부딪혔다.


 여성 분은 “아.”하고 아프다고 신호를 보냈고, 나는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를 하고 아내에게 향했다. 아내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몇 정류장 지나서 아내가 말을 했다.

 “있지. 아까 어떤 여자가 자기를 한참 동안 노려보았어.”

 “정말? 아까 들어서면서 방향이 엇갈렸는지 어떤 여성이라 부딪혔거든. 바로 사과했는데.”

 “응, 난 이유는 모르는데 내 남자를 계속 노려보길래 한동안 같이 눈싸움을 했지.”

 “정말? 같이 들어오면서 부딪힌 거라 쌍방과실인데 많이 아팠나 보다.”

 “방금 내렸어. 난 또 왜 계속 노려보나 했네.”


 낯선 타인들이 함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많이 몰리며 여러 사건이 일어난다. 이해와 배려가 함께 있으면 힘든 출퇴근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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