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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Nov 29. 2021

집사 일지(20)

혼자서도 잘해요

 시엘이를 데려오기 전 우리는 개와 고양이 중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개체 별로 성격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선입견이 있었다. 개를 키우게 되면 장점은 충성적이고 사람을 잘 따르고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단점으로는 소형견을 키우면 슬개골을 종종 다치고 중형견 이상으로는 물어뜯는 힘이 강해서 가구를 손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개는 집 안에서 키운 적이 없어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배변 훈련도 걱정이었고 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데 둘 다 직장인이다 보니 퇴근해서 챙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없는 동안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고양이는 집 안에서 키운 경험도 있었고 모래만 잘 갈아주면 대소변을 알아서 하고 영역 동물이라 산책을 가지 않아도 되고 독립성이 강해서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고 시엘이를 입양할 수 있었다.

 

 시엘이는 우리가 개와 고양이 중 고려했다는 걸 알아채기나 한 듯 개냥이 었다. 사람의 온기를 좋아해서 우리와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 어미와 일찍 떨어져서 어미로 인지라도 하듯 잘 때도 같은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한다.

초보 집사로 우리의 고양이를 데려올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가까운 반려견 용품점으로 가서 직접 보고 골랐다. 사장님이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조언을 해주셨다.

이사 후 시엘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용품은 이사 전부터 준비했다. 이사 후에 주위에도 반려 용품점이 있을 텐데.. 위 용품 중에 이동장과 화장실, 사료는 바뀌었다. 이동장은 사고 활용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알아보다가 이동가방을 구매해서 품에 안고 다닐 수 있는 가방으로 대체했다. 집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했으나 시엘이 취향은 아닌지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사료는 테스트하지 않고 가장 인기가 많은 사료를 샀다. 시엘이의 취향이 고려되지 않아 입에 대지 않았다. 낯선 환경이라 안 먹는 줄 알았는데 편의점에 들린 김에 사 온 참치 간식을 허겁지겁 먹는 걸 보았다. 시엘이 데려오기 전 사진을 보니 사료 위에 참치가 올려져 있었다. 그 이후 참치랑 섞어서 주었는데 참치만 골라 먹다가 결국 참치와 같은 브랜드로 바꾸고 나서야 건식 사료도 잘 먹게 되었다.


 

화장실은 배변 훈련 없이 바로 이용을 해서 너무 기특했다. 감자와 맛동산을(대소변이 수분이 닿으면 모래가 응고되는 형태를 보고 집사들이 부르는 말) 캐며 흡족해했는데 주위가 온통 모래밭이 되었다. 혼자서도 잘하는 시엘이는 대소변 후 모래를 덮는다고 사방팔방 모래를 뿌려댔다.


화장실을 집 형태로 바꾸어주고 시엘이도 프라이버시가 생겼고 사막화도 조금은 덜 진행되었다. 그리고 위에 사료를 놓아주던 공간도 탁 트인 곳보다 막힌 곳이 좋다고 하여 위치를 변경했다.


 화장실을 바꾸며 기존 화장실은 버렸다. 그런데 아내가 말했다.

 “시엘이 전에 쓰던 화장실 괜히 버렸나 봐.”

 “왜? 이제 필요 없잖아.”

 “중성화하면 넥 칼라 씌울 거잖아. 화장실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임시로 사용할 것 다시 사야 되야겠다.”


 시엘이는 혼자서도 잘하고 집사는 둘이서도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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