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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11. 2021

집사 일지(23)

줄 수 있는 게 사랑밖에 없다.

 시엘이를 데려오기 전부터 확정되었던 중성화 수술 일정이 잡혔다. 5개월~6개월 사이가 적정하다고 하여 11월 말~12월 초가 적기라고 했다. 일정 일주일 전에 예약하면 된다고 하여 11월 말에 예약을 했는데 12월 초는 이미 예약이 완료되었다. 그래서 12월 11일로 대망의 날짜가 확정되었다.

  시엘이는 여자 아이라 개복 수술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금식을 필요로 해서 23시까지 간식을 주고 밥그릇과 간식 그릇을 모두 치웠다. 혹시 몰라 귀리도 닿지 않게 올려두었다.


 시엘이는 새벽 4시 반이 되자 문을 열어 달라고 노크를 했다. 문을 열어주니 평소처럼 와서 애교를 부리고 고롱고롱 소리를 내어 쓰다듬어 주다가 잠들었다. 평소에도 이 시간에는 쓰다듬기만 하고 잠들어서 괜찮았는데 문제는 6시 반이 되었을 때였다.

 

시엘이는 아침을 챙겨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나를 애잔하게 바라보고 간식이 있는 곳을 올려다보았다. 시엘이가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침을 챙겨줄 수는 없었다. 공복을 유지시키기 위해 오전 일찍 수술 일정을 정한 것이기도 했다.


 수술 시 마취를 하는데 위에 음식물이 있으면 기도를 막아서 질식하는 위험이 있다고 적혀있어 애잔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쓰다듬기만 했다. 시엘이가 애교로도 아침을 줄 기색이 없자 내 발을 공격했다. 삐져서 분풀이를 하는 모양이었다.

 ‘이래도, 이래도 안 줄 거야?’

시엘이를 아무것도 안 주는데 우리만 아침을 챙겨 먹긴 그래서 생략했는데 허기가 졌다. 페레로로쉐 초콜릿을 먹고 껍질은 잠시 내려놓았다. 시엘이는 단 내에 식욕이 올라왔는지 눈 깜짝할 새에 물고 달아났다.

 “자기야 시엘이 잡아. 먹으면 어떡해.”

 “금박지 뭉친 거라 안 먹어. 그냥 갖고 놀고 있어.”


 시엘이는 못 먹는 거라는 걸 눈치채고 발로 이리저리 공처럼 갖고 놀고 있었다. 8시 50분 시엘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시엘이는 공복에 낯선 곳으로 나가게 되어 예민해졌다. 집을 나서자마자 계속 울기 시작했다.

 “여러분, 집사들이 밥도 안 주고 저를 납치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밥도 안 주고 이상한 데로 데려가나 봐요.”

자기야!! 이상한 더빙하지 마.”

“시엘이가 정말 이렇게 말하고 있을걸.”


 아침이라 그런지 날씨가 쌀쌀했다. 아내는 담요라도 챙길걸 그랬나 보다 하고 후회했다. 궁여지책으로 내 점퍼를 열어서 안에 넣어서 안고 갔다. 나의 온기와 익숙한 체취때문인지 한결 나아졌다. 다만 긴장되는지 어깨에 매달린 발톱에 힘이 들어갔다.

 병원에 들어선 시엘이는 긴장 상태로 내 품에 안겨서 가만히 있었다.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피를 뽑을 때 몸부림이 심한 아이는 마취를 하기도 한다는데 시엘이는 얌전한 편이었다. 오히려 피를 뽑고 혈관 확보를 위해 테이핑 할 때 싫다며 울었다.


 몸무게는 2.5kg으로 크게 변동이 없었다. 건강 상태는 양호한데 수분 섭취량이 부족한지 간수치는 괜찮은데 보조지표가 조금 높게 나왔다고 했다. 물은 자주 마시는데 소변량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습식을 챙겨주면서 전처럼 츄르에 물을 타 주질 않았는데 앞으로는 습식과는 별도로 츄르에 물을 타서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수치 개선을 위한 약을 챙겨주시겠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엘이는 많이 놀랐는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애잔하게 바라보았다. 수술을 위해 병원에 맡기고 나왔다. 13시에 데리러 가기로 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차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인근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12시가 되니 수술은 잘 되었고 조금씩 깨고 있다며 13시에 데리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처음 하는 수술이라 결과에 대해 걱정하고 있던 터라 연락을 받고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시엘이 곁에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어야 할 것 같다. 빨리 시엘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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