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Dec 12. 2021

집사 일지(24)

그녀의 회복력

  13시가 되어 시엘이를 다시 안을 수 있었다. 마취가 조금씩 깨고 있었지만 낯선 곳에서의 생소한 경험은 시엘이를 많이 움츠러들게 했다. 그녀의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 가만히 내 품에 안겨 집으로 돌아왔다.


시엘이가 얌전했던 것은 외부에서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폭군으로 돌변했다. 내려오자마자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너무 격렬하게 발버둥을 치며 울어서 무슨 일이 나는  아닌지 걱정되었다. 의사 선생님이 시엘이 수술  말씀해주셨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발버둥이 심한 경우 잠시 넥칼라를 10분~20분 정도 풀어주셔야 합니다. 예민한 아이의 경우 발버둥 치다가 폐에 물이 차서 질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지켜봐 주셔야 합니다. 넥칼라를 풀은 경우에는 환부를 핥지 못하도록 계속 지켜봐 주세요.”


넥칼라를 풀자마자 환부로 머리가 향했다. 달래 가며 안아주었다. 조금 진정이   넥칼라를 다시 채웠다. 채우자마자 뒷걸음질치고 굴러다니고 넥칼라를 벗기 위해 안달이 되었다. 시엘이는 포기를 모르는 아이였다. 한참 뒷걸음질도 하고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기도 했다.

결국 제풀에 지쳤는지 넥칼라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고 돌아다녔다. 애정 하는 장난감을 보고 물기 위해 애쓰다가 넥칼라 때문에  되자 발라당 누워서 발버둥 치고 간식을 주는 곳을 기웃거렸다. 마취가  풀린 상태에서 주면 위험하다고 2~3시간 지난 후에 먹을 것을 주라고 안내받았다. 혹시 마취가  풀려서 침을 질질 흘리는 경우가 있을  있다고 했다.


 시엘이는 마취는 온전히 풀렸는지 평소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소파로 점프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했다. 환부에 무리가 가는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먹을 것을 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문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 시간이면 잠을 청하는데 마취로 푹 자고 나서인지 배가 고파서인지 쉬지 않고 움직여서 더욱 애처로웠다. 거실을 계속 돌아다니고 방을 오고 가서 졸졸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2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어제 23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시엘이는 몹시 배고팠을 것이다. 차라리 잠시 자고 나면 괜찮을 텐데 잠시도 멈추지 않는 시엘이를 보니 애잔했다.


14시 40분 시간을 조금 남기고 츄르에 물을 타서 배고픈 것만 달래주었다. 시엘이가 먹을 수 있도록 그릇을 살짝 들어주었다. 게 눈 감추듯 먹었다. 그리고 그루밍을 하고 싶었던 시엘이는 넥칼라를 열심히 핥았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면 회복하느라 기운을 못 차리고 움직임이 많이 줄어서 살이 찐다고 들었다. 그런데 남의 나라 고양이 이야기였나 보다. 시엘이는 수술 당일인데도 활발히 움직였다. 넥칼라에도 금세 적응을 했는지 에너자이저였다.


 가장 큰 고비인 중성화 수술을 무사히 보냈다. 이제 완쾌하는 일만 남았다. 넥칼라 때문에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힘내자, 시엘아!


작가의 이전글 집사 일지(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