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Dec 14. 2021

언어 습관(2)

비속어와 욕설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는 회사에 다니시느라

바빴고 할머니는 연로하셔서 기력이 없었다. 나의 친구는 티브이였다. 티브이에서 하는 말을 주로 듣고 배웠다. 아버지께서 틈틈이 말이나 글씨를 알려주셨을 것이다. 그 시절 자석칠판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책을 본 기억이 있다.


 본격적으로 언어나 글씨를 배운 것은 7살 이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부터였다. 7살 중반쯤에 이사를 해서인지 유치원을 다니진 않았다. 집에서 어머니와 받아쓰기 등을 했었는데 왼손잡이라 오른손으로 교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부모님 두 분 다 교회를 다닌 영향도 있었고 아이들 앞이라 비속어나 욕설을 하진 않으셨다. 아버지께서 과음을 하시고 오시면 부부싸움 중에 욕을 하시는 경우가 있었지만 숫자가 섞인 욕 정도였고 좋은 기억이 아니라 흘려 들었다.


 국민학교 2학년 중에 이사를 하게 되어 전학을 갔다.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데 짝꿍으로 앉은 B양이 살갑게 대해주었다. 유치원부터 3년 가까이 한 반이었던 친구들 사이에 전학생은 신기했을 것이다. B양은 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친구들에게 했다.


 전학 당시 서울에서 전학 왔다고 인사를 했기 때문에 옆 동네에서 이사 오고선 서울 사람인척 했다고 친구들이 놀렸었다. 서울에서 이사 온 지도 2년이 되어가는데 왜 서울에서 왔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사 올 때 복장이 분홍색 스타킹에 청반바지를 입었는데 하필이면 스타킹에 구멍도 나있었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복장으로 인해 놀림받던 중 거짓말쟁이라고 놀림을 받으니 설움이 폭발했다. 호의적이었지만 모든 걸 친구들에게 말한 B양에게 화살을 돌렸다. B양은 여자였기 때문에 말싸움이 일어났고 B양이 욕을 섞어서 했는데 9살의 나이에도 욕이 찰졌다.


 욕도 못하냐고 조롱하는 말에 나도 숫자 욕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뿐이었다.

 “사내 새끼가 욕도 못하냐? 국어책을 읽는 것 같아. 그리고 그 욕 밖에 할 줄 모르지?”

 욕 배틀에서 진 나는 여자 아이에게도 싸움에서 졌다며 전학 오자 마자 싸움순위 꼴찌로 매겨졌다.


 함께 5년을 보내며 그 당시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크면서도 중학생 시절 쎄 보이고 싶어서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했지만 주위에서 안 어울린다고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후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영향도 있고 언어는 인격이라고 생각하여 비속어와 욕설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보 운전이라 그런지 불쑥 깜빡이도 없이 들어오는 차에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내도 옆에서 듣고 욕을 국어책 읽듯이 한다고 안 어울린다고 했다.


  특정 지역은 비속어나 욕설이 없으면 대화가  된다고  정도로 자연스레 배어있는 경우도 있다. 향토적이고 정겨운 느낌을 주어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식당이 인기 있긴 하다. 하지만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해온 나로서는 비속어나 욕설은 비전문 분야이다. 잘하는 것만 하고 살기에도  아까운 시간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집사 일지(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