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와 사투리
어렸을 때 서울에서 살았고 부모님께서도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내려와서 표준어를 구사한다. 충남 사투리는 대체로 느리고 줄임말이 많지만 주위에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투리는 티브이를 통해 간접 경험했고 처음 사투리를 들은 것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였다. 같은 방을 사용하는 친구가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는데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했다. 왠지 모르게 구수하고 정감이 갔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부모님께서 전라도 분이라 가족들끼리는 사투리를 사용하고 학교에서는 놀림받을까 봐 표준어만 사용한다고 했다. 나도 신기한 마음에 친구에게 몇 마디 더해달라고 했었다. 친구는 쑥스럽다며 나중에 해주겠다며 미루었다.
그 이후 경험한 것이 대학 오티에서 같은 모둠이 된 친구들이었다. 여러 지역 출신들이 있어서 다양한 사투리를 들었는데 경상도 출신 여학생들의 사투리를 들으니 너무 귀엽고 간드러졌다. A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직 기가 센 여자들을 못 봐서 그런 거라고 했다.
A군과 과는 다르지만 같은 모둠이라 종종 어울렸는데 A군도 경상도 출신이었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이지만 남성의 언어는 왠지 공격적으로 느껴졌다. 가끔 화가 난 건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다. A군과 노래방에 갔는데 음색이 너무 좋았고 표준어로 노래해서 놀랐다.
“와, 신기하다. 노래할 때는 표준어로 부르네.”
“마, 장난하나? 노래를 사투리로 부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음악 듣고 배우는데.”
내가 사투리에서 구수함과 정감, 귀여움과 간드러짐을 느낄 때 친구들은 내가 구사하는 표준어에서 느끼함을 느꼈다고 했다. 충남 사투리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간혹 받았는데 수도권과 가까운 탓인지 비교적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군대에서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 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여러 사투리를 경험했다. 그들이 작정하고 사투리를 사용해서 말을 하면 못 알아들을 것이다. 대부분 방송매체의 영향으로 표준어를 구사했고 감정 표현을 할 때 사투리를 섞어서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역 방송보다 중앙 방송이 오래도록 자리를 잡았고 방송매체의 영향으로 비교적 언어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중국은 지역 방송이 일반적이고 방언이 보편화되어 있어 방송 매체에 따라 더빙이 진행되기도 한다. 입모양이 조금 이상하다 생각이 들면 더빙 전문가가 그 지역의 방언으로 다시 녹음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은 북경어를 표준어로 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 상해로 단기 어학연수를 갔었다. 그때 만난 동동이 나에게 물었다. 말하는 것이 너무 귀엽다며 왜 여성의 말투로 말하는지 물었었다. 아마 원어민 교수님이 산동 출신의 여교수님이었기 때문에 어감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문득 최초 말을 배울 때 어머니께 언어를 배우는데 성장하면서 남성과 여성의 어투와 어감이 달라지는 것은 사회가 지닌 성역할의 영향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