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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09. 2021

N형의 복귀

20년 만의 추어탕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아내 지인의 소개로 입사를 했다. 지인이라고는 하지만 아내 직장 상사의 남편이고 한 번 집에 놀러가서 본 것이 다였다. 서로 아내를 통해 근황은 듣고 있었지만 교류가 없던 터라 회사에서 마주해도 서먹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내가 입사하고 공교롭게도 N형은 눈수술을 하게 되어 한 달 동안 병가를 보냈다. 한 달이면 회사에 혼자 적응할 만한 시기였다. 눈에 익은 사람들도 있어 인사를 하지만 여전히 구내 식당에서 혼밥하고 있었다. 드디어 N형이 복귀했다.


 기존에 형성된 인간 관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지할 사람 한 명이 생기니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물론 팀이 다르고 상담사의 특성상 업무는 각자 하지만 출퇴근 시 인사하고 점심을 같이 먹을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아내에게 N형이 내가 입사를 하면 추어탕을 먹으러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미리 전해 들었다.

 “자기 추어탕 먹을 줄 알아?”

 “한 번 먹어봤어. 갈아야 하고 비린내도 안 나야 먹을 수 있는데.”

 N형은 추어탕을 종종 먹는데 형수가 추어탕을 안 먹어서 혼자 먹기에 내가 추어탕을 먹을 줄 알았으면 한다고 했다.


 추어탕은 집에서는 먹을 일이 없었고 내 돈 주고 사먹은 적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점심 사주시기로 한 자리가 하필 추어탕집이라 먹어본 경험이 전부였다. 추어탕을 먹을이 바로 생기진 않았다. N형과 주로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다. 가끔 메뉴가 부실할때마다 인근 식당으로 갔다.


 어느날 N형이 운을 뗐다.

“조금 거리가 있긴 한대. 음식이 바로 나와서 시간은 비슷할거야. 보양도 할 겸 추어탕 먹으러 갈까하는데 어때? 니가 좋아하는 뼈해장국도 있어.”

“먹으러 가요. 그런데 비린내 심하면 못 먹어요.”


이미 아내에게 추어탕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진 않았다. 뼈해장국을 먹을까도 고민했지만 미리 신경쓴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러기도 미안했다. 먹어보고 아니면 다음부터 다른 메뉴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걸어가면서 미꾸라지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어렸을때 집 앞을 나서면 논이 펼쳐져있었어요. 논에 근처 냇물에서 양수기로 물을 끌어왔거든요. 그럼 논에 들어가면 미꾸라지들이 잔뜩 있었어요. 미꾸라지 잡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잡다 보니 한 통이나 잡은거에요. 신나서 집에 가져가서 자랑했다가 어머니께서 보고 깜짝 놀라셔서 많이 혼났었어요.”


서울 출신인 N형은 시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고향을 물었다. 마침 근처에서 군생활을 했었다며 인연이라고 좋아하셨다. N형의 애견 “보노” 고항도 우리 집 근처라고 하셨다. 이야기를 하며 오니 어느새 추어탕 집이 도착했다.


 코로나 이후 인근 식당들도 사람이 줄었는데 맛집이라 그런지 문전성시였다. 추워진 날씨에 보양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 노소 다양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N형 말대로 다른 메뉴들도 있었지만 추어탕을 주문했다.


 비린내가 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따끈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는 느낌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뼈해장국이 입맛에 더 맞았다. N형은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고 흡족했는지 엄마 미소를 지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양할 겸 오자고 했다. 흔쾌히 또 오자고 대답했다.


추어탕이란 조금은 낯선 음식을 먹게 되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먹기 좋았다. 따끈한 보양식을 먹어서 그런지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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