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쟁이 시엘
묘생의 고비, 중성화 수술을 무사히 마친 시엘이는 항생제 때문인지 잠이 많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기분 탓인지 넥 칼라 때문인지 씌우기만 하면 표정이 뚱해진다.
‘집사 양반, 대체 이 귀찮은 걸 언제까지 쓰게 할 작정인가?’
처음보다는 넥 칼라에 많이 적응했지만 음식이나 간식을 먹을 때는 불편했다. 고개를 덜 숙이도록 밥그릇과 물그릇을 바꿔주고 화장실도 혹시 몰라 개방형으로 준비했다.
기존 화장실을 잘 사용해서 개방형으로 교체하진 않았다. 그리고 밥그릇과 물그릇은 잘 사용했지만 전처럼 편하게 이용하진 못해서 수시로 습식 사료와 츄르에 물을 타서 주었다. 처음에는 넥 칼라 자체를 안 풀고 입 높이에 맞춰서 손 위에 올렸다.
시엘이를 수발드는 집사 그 자체가 되었다. 넥 칼라도 익숙해진 것 같아 먹을 때만이라도 편하게 먹도록 넥 칼라를 풀어주었다. 많이 갑갑했는지 스트레칭을 하고 고개를 양 옆으로 털었다. 넥 칼라 때문에 그루밍을 못하는 것을 참았다는 듯 음식보다 그루밍을 먼저 한 뒤에야 먹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루밍 중에 혹시 배라도 핥을까 봐 다른 것은 하지 않고 시엘이에게만 집중했다. 귀여운 배 중앙에 상처 자국이 생겨서 아쉽지만 의사 선생님이 최소한만 절개하셔서 3 바늘 밖에 꿰매지 않았다. 볼 때마다 안쓰럽지만 벌써 중성화한 지 6일이 되었고 항생제도 오늘 아침에 마지막으로 주었다.
넥 칼라를 4일만 더 쓰면 되지만 시엘이에게 넥 칼라는 매우 못마땅한 존재이다. 수염까지도 가려서 너비가 측정이 되지 않아 지나다닐 수 있는 곳과 지나다니지 못하는 곳을 구분 못해서 넥 칼라 채로 끼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숨숨이집에 들어가려고 바둥바둥 거리는 모습도 종종 보았는데 결국 포기하고 돌아선다.
가장 불편한 것은 역시 그루밍일 것이다. 수술 다음날 넥 칼라를 풀어주었을 때 30분 가까이 그루밍만 했다. 왼손부터 시작했는데 다한 것 같다 싶으면 다시 왼손을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시엘이 넥 칼라 하기 싫어서 수를 부리는 것 같은데.”
“그루밍 오래 하면 건강에 안 좋은 거라는데.”
“수술 직후인 데다가 넥 칼라 때문에 못해서 더 그렇겠지.”
왼손에 침을 듬뿍 발라서 얼굴까지 닦는 모습을 보니 “고양이 세수”의 어원을 알 수 있었다. 보통 “고양이 세수”는 대충 씻는 것을 말하지만 고양이의 그루밍을 보면 얼마나 깔끔을 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넥 칼라 때문에 그루밍은 못하지만 매 끼와 간식을 직접 제공했더니 집사 의존도가 높아졌다. 중성화 이전에는 간식을 먹을 때는 바로 앞에서 먹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거나 먹고 살짝 돌아서 먹기를 반복했는데 이젠 바로 앞에서 먹는다. 잘 때도 아픈 애가 혼자 자는 게 걱정되어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잤더니 꼭 붙어서 자고 고롱고롱 소리와 꾹꾹이로 보답했다.
중성화 이후 차분해지고 독립적이 된다는 지인의 조언을 들었는데 어릴 때 해서 그런 건지 원래 개냥인지 시엘이는 중성화 전이나 이후나 성격의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깔끔쟁이고 개냥이다. 혹시나 차분해지고 독립적으로 변해서 밤에 찾아오지 않으면 도리어 아쉬울 것 같았는데 그대로여서 좋다. 시엘이는 시엘이로서의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