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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17. 2021

언어 습관(3)

주어 생략과 육하원칙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대화의 흐름이나 뉘앙스로 알아들을 때도 있고 상대의 어감이나 표정을 보고 이해할 때도 종종 있다.


 내 생각에는 경상도나 전라도가 주어가 생략되어도 의사소통이 되는 언어가 많은 것 같다. 경상도에서는 “가가가가가”라든지 “쫌” 등의 사투리로 서로 대화를 하는 모습도 보고 전라도에서는 “거시기”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해도 서로 이해하는 모습에 신기할 때가 종종 있었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주어 생략이 되어도 의사소통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못 알아들으면 다시 물어도 되고 대화의 흐름 상 캐치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주어 생략이 문제시된다. 육하원칙에 맞게 간결하고 명확한 의사소통을 주요시하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대화 시에 주어가 생략된 말을 하게 되면 코칭을 받기 마련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지되어 인사고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래도 대면해서 말할 경우는 일회성이 있고 주로 대화 상대에게만 전해지지만 메일이나 문서 보고 시에는 영구성이 있고 파급력이 다르다.


 메일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기존의 양식을 참조하였고 보내기 전에도 혹시 몰라 다시 확인하고 첨삭을 했다. 몇 줄 안 되는 보고를 하기 위해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육하원칙에 맞게 작성을 한다. 숫자를 넣어 자료화하고 한눈에 보기 좋게 표를 작성한다.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어린 왕자의 글귀가 떠올랐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중략-


어른들에게 "창턱에서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래야 "아, 참 좋은 집이구나!" 하고 소리칠 것이다.]                 

 

                                                -“어린 왕자” 중에서-


 주어 생략은 아이들의 언어와 사적인 언어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육하원칙을 신경 써서 하는 언어는 명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서 업무상 필요하겠지만 대화의 어감으로 파악할 일이 없고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말할 때는 “나는”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일기를 쓸 때면 “나는”이란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이다 보니 주어가 필요했던 것 같다. 상황에 맞는 말하기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주어 생략이 편하고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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