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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18. 2021

집사 일지(26)

시엘이는 가족이다

 시엘이를 데려올 때부터 하나만 잘 키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입양을 했다. 이사와 이직을 앞두고 있었고 경제적인 여건 등을 따졌다면 뒤로 미루는 것이 이성적이었다. 입양 방법도 고려하고 나름의 준비를 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시엘이를 처음 알게 되었을때 이성적인 고민을 뒤로 하고 마음을 정했다. 우리가 처음 시엘이를 데려 왔을때 소개해주었던 지인도 묘연이라는 말을 했었다.


 이성이었다면 첫 눈에 반한다는 말이 시엘이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그 전에 보았던 고양이들 중에도 품종묘나 예쁜 고양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고양이는 시엘이었다. 시엘이가 온지 벌써 4개월째이다. 이제 우리 부부의 삶에 시엘가 없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시엘이가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의사 선생님께서 월요일에 재방문이 가능한지 물었다. 붕대를 풀어주고 경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퇴근해서 시엘이를 데리고 오면 20시는 되어야 해서 일정 상 어려웠다. 고민하고 있던 때에 아내가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겠다고 했다. 둘 다 직장인이다 보니 평일에 시엘이 병원 데려오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 동기 중에 한 명이 갑자기 반차를 썼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슴도치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울고 조퇴를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해할 수가  ‘고슴도치가 아파서 연락이 온다는 것은 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 아닌가? 아파서 집에 가면 고슴도치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 참 편하게 하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동기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시엘이가 아프다고 아내에게 연락이 온다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걱정이 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아내가 반차를 쓰기로 했는데 월요일이라 바쁜지 출발했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급한 일을 끝내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해서 시엘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 오고 가는 시간이 있어 내가 퇴근해서 오는 시간과 비슷했다. 아내와 같이 가기로 하였다.역 앞에서 시엘이를 담요로 감싸서 아이를 안은 엄마처럼 기다리는 모습이 반가웠다. 시엘이가 병원에서 긴장했었는지 소염제를 맞은 탓인지 얌전했다. 시엘이를 데리고 아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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