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강하다
시엘이가 중성화를 한지도 어느덧 2주가 되었다. 10일이 되면 실밥을 풀기로 하였으나 맞벌이다 보니 평일 방문이 어려워 주말에 방문하기로 했다. 하필 토요일이 크리스마스인데 다행히 근무를 한다고 하셨다.
아내는 시엘이가 가방보다는 우리에게 안겨서 다니는 것을 안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띠를 사서 아이를 안듯 감싸 안았다. 그 띠는 슬링백이라고 하는데 마치 아이 포대기 같이 생겼다.
이동장에서 이동가방으로 바뀌었다가 슬링백으로 바뀌었다. 시엘이를 키우며 겪은 시행착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동장은 시엘이 집이란 명목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초기에 몇 번 들어가는 것 외에는 들어가는 걸 본 적이 없다. 숨숨이집에는 가끔 들어가는 걸 보는데 본인의 영역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트인 공간에서도 편하게 누워있는다.
요즘은 넥 칼라 때문에 강제적으로 숨숨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넥 칼라를 쓰기 전에는 독립적인 성격이었는데 넥 칼라 이후에는 의존적으로 바뀌었다. 그루밍을 하는 것도 우리가 있을 때에만 넥 칼라를 풀어져야만 할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혹시 넥 칼라를 풀어주진 않을까 하고 근처에서 서성이며 애교 어린 시선을 보냈다.
자유를 제한하니 자유의 소중함을 더 깨달은 모양이었다. 넥 칼라를 풀어주면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1시간 정도 옆에서 기대어 잠이 들었다. 잘 때도 환자라 평일인데도 함께 잠이 들었다. 물론 새벽 시간에 깨워서 도중에 고롱고롱 소리와 함께 쓰다듬어주거나 츄르를 챙겨주어야 했다. 잠을 자도 피곤했고 아침은 시엘이의 모닝 고롱송으로 일어났다.
집사의 피곤과는 관계없이 시엘이의 간택을 받아 애정이 듬뿍 담겼고 립글로스를 바르지 않아도 입술을 탐했다. 아내는 부녀의 애정이 넘친다며 질투를 했다. 회사에도 이야기를 했더니 전생에 아내였던 것이 틀림없다며 전처라고 불리고 있다고 한다.
20일 이후에 넥 칼라를 풀고 자연스럽게 실밥이 풀리면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기에 실밥을 풀어 주려고 했는데 아내가 극구 말렸다. 전문가가 보고 판단할 거라고 조금만 더 참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가 잠든 사이에 시엘이의 실밥을 풀어주었다.
혹시나 아파하는 건 아닐까 했는데 눈치가 빠른 시엘이는 가만히 있어서 금세 제거했다. 깨끗하게 된 것을 보고 아내가 병원에 가도 되지 않아도 되니 고마워하겠지 하고 생각을 했다. 시엘이는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되어 날아다니다시피 하다가 내 다리 사이에 돌아와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내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혹시나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해서 데려가는 건데 왜 하지 말라고 한 일을 했냐며 핀잔을 주었다. 외관상 이상이 없고 깔끔하게 되었고 시엘이도 좋아하는데 아내는 깐깐했다.
안 가도 될 거라는 나의 말을 듣지 않기에 가는 김에 겨울에는 심장 사상충 약을 쉬어도 되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월말마다 발라주고 있는데 겨울에는 주원인이 모기가 없어서 내성을 위해서 쉰다는 집사님의 글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주치의 의견은 겨울에도 관계없이 바르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도 없는 주치의 있는 시엘이었다. 물론 시엘이는 주치의 만나러 가는 걸 매우 싫어한다.
가녀린 몸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가기 싫어하는 시엘이를 품에 안고 추운 날씨에도 아내는 잘 다녀왔다며 인증 사진을 보냈다. 시엘이 사진은 아내가 찍어야 할 것 같다. 같은 시엘이 사진을 찍는데 아내가 찍으면 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