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게 되는 날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남동생이 생일이라 일어나자마자 아내와 선물을 골라서 보냈다. 그리고 예전에 같이 일할 때 여러 가지로 챙겨주었던 C누나에게 선물을 보낼까 고민을 했다. 선물을 보내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일이면 받기만 하면 되는데 크리스마스라 받으면 다시 보낼 것 같았다.
그럼 또 뭘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할 텐데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신경 쓰여 쉽게 고르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말했다.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실 거야. 싫어하는 사람이 보내면 부담스럽지.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질 순 있지만 소소하게 챙기고 연락하다 보면 그렇지 않아.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것에서 감동이 오지.”
아내가 주름 개선 화장품을 골라주었다. 선물을 보내고 아들의 수능이 끝나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C누나에게 고맙다며 답장이 왔다. 내 생각이 나서 선물을 무엇을 보낼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만나기로 하고 근황만 전했다. 크리스마스여도 특별한 일정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회사에서도 케이크를 선물로 주었다. 점심은 가볍게 구내식당을 이용할까 했지만 N형이 특별한 날이니 나가서 먹자고 해서 짬뽕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진눈깨비가 내렸다. 눈이 내릴 것 같았다. 오랜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았다.
특별한 날에 특별함이 더해져서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4계절 중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인데 눈이 올 확률보다 맑은 날씨일 확률이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N형은 크리스마스면 랍스터를 미리 주문해서 먹는데 이번에는 주문을 하지 않아서 어떤 걸 먹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했었기 때문에 특별히 크리스마스라고 특별식을 먹은 일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N형처럼 특별한 날에 평소 먹기 어려운 특별한 음식을 정해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이라 첫 주말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하필 크리스마스인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오전 근무라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다. 항상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출근을 했었는데 오늘은 한적하게 출근길에 올랐다.
크리스마스라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마 오늘은 로또를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해보며 나도 로또라도 한 장 사볼까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