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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31. 2021

커플룩은 마법의 주문

나의 미적 기준은 아내

 나의 코디는 아내 전담이다. 옷에 대한 관심도 센스도 없어서 연애 이후 아내가 사준대로 입고 있다. 예전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어렸을 때는 편한 대로 입었고 교복을 주로 입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직업도 서비스업이라 유니폼을 입는 일을 10년을 하니 더 관심이 없어졌다.


 물론 같은 환경을 보내도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편한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다 보니 가끔씩 패션 테러를 했다며 핀잔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는 검은 모자에 꽂혀 물이 빠질 때까지 착용을 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악어가 그려진 빨간색 반팔티에 꽂혀 열심히 입었다.


 20대 초반 연애를 할 때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났는데 여름이라 반팔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상대는 화장을 하고 힐을 신고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질색을 했다. 데이트를 나오면서 이렇게 입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자신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 사과하며 달래던 중에 친구를 만났다.

 

 “야, 누가 번화가에서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냐?

너도 참 대단하다. 아, 여자 친구 분이시죠? 같이 다니기 창피할 텐데 그냥 버리고 가세요.”

친구는 안 그래도 화가 나있던 걸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가버렸다. 처음부터 의상을 신경 쓰지 않은 나의 불찰이라 탓할 순 없었다.


 시간이 지나 아내와의 연애 시절, 항상 깔끔한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나갔다. 아내는 편하게 입고 온 상태라 오히려 핀잔을 주었다. 누가 잠깐  앞에서 만나는  정장을 입고 나오냐고 편하게 트레이닝복을 입으라고 했다. 트레이닝 복이 없다고 하니 나를 데리고 쇼핑을 했다.  이후  옷은 모두 아내의 취향이다.


 아내가 옷을 고르는대로 입는데 노스페이스에서 겨울 잠바를 사려고 했을 때는 망설였다. 겨울 잠바이니 가격이 비싼 것은 이해했지만 더 저렴한 잠바들도 있어 굳이 비싼 잠바를 사야 할까 싶었다. 내가 망설일 땐 아내는 항상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그럼 우리 커플로 할까?”


 여러 커플 템이 있지만 아내가 커플로 하자고 하면 못 이기는 척하고 동의를 하고 있다. 처음에 아내와 연애를 할 때 커플링을 하자고 내가 매달리다시피 했었다. 이후 커플룩, 커플 템은 마법의 주문이 되었다. 가격 때문에 고민했던 잠바였지만 벌써 5년이나 입었다. 겨울 한 철만  입기 때문에 아직도 상태가 좋은 편이다. 게다가 검은색이라 무난하다.


 지인 중에 K2의 얇은 잠바를 구매했는데 아내도 전부터 눈독 들였던 잠바라 내년 겨울이 따뜻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거라며 선물로 사주겠다며 공수표를 던졌다. 사실 아내가 말해준 잠바가 예쁜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다른 누구에게 잘 보일 것이 아니라 아내 눈에 예쁘면 만사형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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