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Jan 03. 2022

집사 일지(28)

새해에도 시엘이는


 “어디야?”

주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카톡을 받았습니다. 가는 중이라고 회신을 하려는데 연이어 카톡이 왔습니다. 시엘이가 실을 주워  일을 보았는데   빠져나오고 남은 채로 돌아다녀서 주위를 지저분하게  모양이었습니다.

 어제 시엘이 목욕을 시켰는데 하루 만에 사고가 있어 혼자. 목욕을 시키고 진이 빠져서 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엘이가 요즘 사냥 본능이 발동했는지 소고기 간식을 줘도 그냥 먹지 않고 혼자 드리블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으로 이리 치고 저리 치고 쫓아다니다가 먹고 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물건도 혼자 가지고 놀다가 자꾸 먹고 있어 눈에 띄는 물건들은 바로 치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옷 정리를 하다가 실이 떨어져 그 걸 시엘이가 먹은 모양이었습니다. 아기들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바로 입으로 가져간다고 들었는데 시엘이도 아직은 아기인가 봅니다.

“이 시엘!! 또 거기에서 뭐 먹어??”


 제가 시엘이를 혼내고 있으면 아내는 종종 돌도 안 지난 아기한테 그러는 것 아니라고 만류합니다. 그럼 저는 고양이 나이가 사람 나이랑 똑같은지 반박을 합니다. 물론 시엘이는 저에게 혼이 나도 한결같습니다. 사실 고양이는 자신의 행동과 보상이나 벌에 대해 연관 짓지 않기 때문에 훈육이 어렵다고 합니다.

 싫어하는 행동을 할 때면 그 공간을 벗어나서 이 행동을 하면 싫어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최선이라고 합니다. 물총을 쏘거나 싫어하는 향이 나는 것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다만 시엘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예쁨 받기에 어떤 행동이 시엘이에게 위험하지 않은 이상 제재를 하고 있진 않습니다. 넥 카라를 하고 있을 땐 행동에 제약이 있어 얌전했었는데 하며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저희 집은 시엘이가 대장이라 새벽에도 집사 호출을 합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하고 간식도 대령해봤지만 따라와서 준비하는 모습만 보고 졸린 저를 따라 돌아옵니다.

 ‘자, 허락해줄 테니 열심히 쓰다듬어도 보렴. 기분이 좋으니 노래도 불러줄게.’

라고 말이라도 하듯 가슴에 올라와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벌러덩 누워버립니다.


  피곤해하는 나를 보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줍니다.

 “자기 전에 시엘이랑 실컷 놀아주면 피곤해서 새벽에도 안 깨우고 잘 잘 거야.”

시엘이랑 놀아주려고 장난감을 흔들어도 시큰둥하며 집사의 재롱을 지켜봅니다.  

 아침에 아내가 어땠는지 물어봅니다.

 “피곤해서 깊이 잠들어서 시엘이가 깨운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없어.”

 “바로 그거야. 자기가 자기 전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자면  피곤해서 시엘이랑 관계없이 푹 자게 되는거지.”


 해결이 된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엘이를 곯아떨어지게 하자는 솔루션을 내더니 제가 곯아떨어지면 해결된다고 하니 역발상이라고 해야 하나요? 엉터리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새해에도 시엘이와의 일상은 소소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새해 목표를 세워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