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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06. 2022

공간의 재구성

아내는 천하장사

  “아이고, 허리 다쳐요. 저한테 말씀하시지. 직접 하면 힘들잖아요.”

 술 두 짝을 들어서 창고부터 덤웨이터로 옮기던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요.”


 2층을 맡은 아르바이트 대부분이 올려달라고 요청하는데 직접 내려와서 창고에서 덤웨이터까지 혼자 술 두 짝을 옮기는 모습을 보고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보통 남자들이 그렇게 옮기고 여자들은 하나씩 옮기거나 1층에 부탁하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었다.


 술 두 짝을 혼자 옮기던 괴력의 그녀가 지금의 아내이다. 요즘은 연약하다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하는 일은 나에게 부탁을 하곤 한다. 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거실 배치를 옮겨도 되는지 연락이 왔다. 자기 거실이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보낸 후 퇴근 후에 함께 하자고 카톡을 보냈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이 사진은 소파 옆 냉장고가 나오지 않았는데 현관을 통해 들어오면 냉장고가 자리를 잡고 있어 조금은 막힌 공간의 느낌이 있었다. 아내는 책장 위치를 안방으로 옮겨서 거실을 넓게 쓰고 싶어 해서 몇 번이나 만류했다. 거실은 넓어지겠지만 방이 좁아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내 자전거를 탈 때 티브이를 보기 위해 옮겨서 사용했었는데 그 부분이 신경 쓰였는지 티브이랑 소파의 위치를 변경했다. 티브이 받침대와 티브이는 다른 것들에 비해 쉽지 않았을 텐데 혼자서 옮긴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선도 혼자 잘 연결해서 티브이도 바로 시청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전거 위치를 옮기지 않고 바로 티브이를 보면서 탈 수 있게 되었다. 이사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는 공간만 차지해서 옷걸이 대용으로 사용되어 이럴 거면 중고나라에 올리라고 하던 천덕꾸러기였다. 지금은 자리를 옮겨서 애용하고 있다.

냉장고는 기존 티브이가 있던 옆의 공간으로 배치를 해서 기존의 죽은 공간을 활용했다. 첫 사진에는 냉장고가 시야를 가려서 냉장고가 안 나오게 찍어 사진 상으로는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지만 그동안 냉장고가 거실의 입구를 차지했었다. 안으로 들어가며 시야를 확보해서 넓어진 느낌이었다. 물론 빨랫대는 원래 위치대로 돌아갔다.


 소파는 공간 상 앞에 놓았더니 발 받침대 역할이나 빨랫대 옆이다 보니 마른빨래를 올려놓는 공간이 되어버리며 거실 중앙 일부를 차지했었는데 옆으로 옮겨서 원래의 쓰임대로 넓게 앉아서 보거나 누워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거실은 시엘이의 주요 동선이라 놀이방 매트를 깔아 두었는데 이미 스크래치로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쿠션이 있는 매트로 변경했다. 시엘이도 기존 매트보다 마음에 들었는지 자리를 잡고 눕는다.


아내가 힘을 쓴 덕분에 나와 시엘이는 더욱 안락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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