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납니다.
가끔씩 지하철에 레이스가 벌어집니다. 막 도착한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슬아슬하게 타는 모습을 볼 때도 있지만 문에 끼여서 다시 열리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조금만 여유있게 움직이거나 다음 걸 타면 되지 뭐 저렇게 무리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 저도 레이스에 뛰어들었습니다. 퇴근하고 개찰구로 들어서는데 특급행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전광판을 보았습니다. 조금만 서두르면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급행은 한 시간에 한 대 들어오는데 시간을 맞춰서 온 것도 아닌데 타고 싶었습니다. 신도림 4번 출구 계단은 꽤 긴 편입니다. 내려오는 중에 지하철이 들어와서 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단을 4개 정도 남겨두고 뛰어내렸습니다. 높은 높이도 아니었는데 서두르다가 걸음이 꼬였습니다. 계단 끝에 발이 걸리면서 넘어졌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받쳤는데 그 와중에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손등으로 충격을 받았다. 넘어지면서도 핸드폰을 걱정하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아내에게 아프다고 ‘호’해 달라고 보낸 사진입니다. 순간 피가 모여서 멍든 것처럼 되었는데 살짝 까진 정도였습니다.
아픈 것보다 너무 창피해서 일어나자 마자 지하철로 탔습니다. 타자 마자 옆 칸으로 이동했습니다. 특급행 못 탄다고 많이 늦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 퇴근할 때 특급행이 들어온다는 전광판을 보았을때는 여유있게 내려와서 다음 지하철을 탔습니다.
며칠 전에 아내와 길을 걷다가 한 모녀를 보았습니다. 9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길에서 넘어졌습니다. 많이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일ㅇ났습니다. 엄마는 조심성 없는 모습에 화가 났는지 머리를 쥐어박고 나무랐습니다. 아이는 웃으며 엄마에게 안겼습니다. 전후 사정은 모르지만 제 눈에는 아이가 더 어른스러웠습니다.
퇴근을 할때는 만원 지하철이라 각자 타고 부평에서 아내와 만나서 함께 옵니다. 퇴근하면서 카톡을 보는데 아내가 서두르다가 넘어졌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걸 보고 계단에서 서두르다가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평소라면 다음 걸 타고 갔을텐데 직장 언니가 같이 뛰자는 말에 응했다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한동안은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해 주저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조금 쉬고 나니 괜찮은 것 같다며 힘겹게 왔습니다. 오는 내내 무릎이 안 굽혀지고 아파했습니다. 근육이 놀란 모양입니다. 파스를 발라줄까 물어보았으나 괜찮다고 했습니다. 먼저 잠들어서 괜찮다는 말에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아침에 아내는 아파서 깬 다음에 선잠을 자서 피곤한 모양이었습니다.
정형외과에 갔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고 근육이 놀라서 물리치료 받고 무릎보호대를 하도록 처방받았습니다. 아내는 치료를 받고 한결 괜찮아했습니다.
사고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방심하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크게 발생합니다. 개인적인 작은 사고도 며칠을 아파하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새해부터 아내와 작은 사고를 겪었습니다.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출퇴근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