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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24. 2022

[북리뷰]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음에도 어떤 책들은 책을 한장, 한 장 넘기며 보는 걸 선호합니다. 연구결과에도 전자기기로 글을 볼 때와 책을 직접 넘겨볼 때 뇌파의 반응 속도가 다르다고 합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볼때 뇌파도 느리고 힐링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힐링에 적합한 책으로 20대에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서점에 들렀다가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미치, 난 나이 든다는 사실을 껴안는다네.”

“껴안아요?”

“아주 간단해.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지. 스물 두 살에 머물러 있다면 언제나 스물두 살만큼만 알게 될거야. 나이 드는 것은 단순한 쇠락이 아니라 성장이야. 그것은 곧 죽게 되리라는 부정적인 사실, 그 이상이지. 그것은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덕분에 더욱 좋은 삶을 살게 되는 긍정적이면 가지고 있다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모리 교수의 제자 미치 앨봄이 그 소식을 알게 된 후 화요일마다 1,100km를 날아가 매주 화요일마다 만난 이야기를 적은 글입니다. 모리 교수와의 만남을 강의로 표현하고 학창 시절의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었습니다.


 미치 앨봄은 이 글을 적기 전 스포츠 칼럼니스트였으며 대학 시절 은사와의 재회 이후 세속적인 성공만 추구하던 삶에서 휴머니스트 작가로 변신하게 됩니다.


 “세상이 멈춰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 사람들은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나 있을까?”하지만 세상은 멈추지 않았다. 교수님은 힘 없이 차 문을 열면서 나락 속으로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예고도 준비도 없이 삶을 마감합니다. 모리 교수는 루게릭이라는 병을 앓게 되어 죽음에 대해 직면하게 됩니다. 다들 언젠가 죽을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내일을 기대하며 하루 하루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해 직면하게 된다면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심지어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조차 초연하긴 어려울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때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습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마치 ‘트루먼쇼’처럼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성장하면서 1인칭 관찰자 시점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삶의 애착은 변함이 없습니다. 고소공포증이라든지 운전할때도 방어적인 운전을 하는 것을 보면 저는 삶에 대한 의욕이 큰 것 같습니다.


 당장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어떻게든 더 살고 싶고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질 수 있을까 싶어 절망할 것입니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았던 마음이 십분 이해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낼 것인가?”

모리 교수는 후자를 택합니다. 병든 후 그가 작성한 아포리즘을 계기로 방송에 나오게 되고 제자와의 재회를 하게 됩니다. 죽음을 앞두고 이름마저 잊혀진다면 두 번 죽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쉬어도 된다는 학교 측의 제안에도 마지막 강의를 하고자 합니다.


 “그럼, 미치?

 “네?”

 “언젠가 자네가 날 친구로 생각해주길 바라네.미치,”

 나이 어린 제자와도 친구가 되길 바라는 모리 교수의 인격은 졸업 이후 여려 해가 지났음에도 찾아오게 한 것은 아닐까요? 모리 교수에게도 여러 제자들이 있었을 것이고 미치 앨봄에게도 여러 은사가 있었을테지만 이들처럼 깊은 유대를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은사님이 있고 부산에 살고 계신데 생업을 하면서도 매주 부산으로 뵈러 간다고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1,100km이면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이니 책에서처럼 숫자로 쉽게 표현할 정도의 거리가 아닙니다. 미치와 모리 교수와의 유대는 지금 생각해도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책을 출판한 계기는 모리 교수의 오랜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베스트셀러에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읽혀지고 있지만 그 당시 출판사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저평가되었습니다. 10 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11 번째의 출판사에서 결국 진행을 하게 됩니다. 노력과 의지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미치는 자신의 영위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제자로서 은사의 병원비에 보탬이 되기 위한 글을 출판사마다 찾아가서 출판을 해냈습니다. 그의 행위는 모리 교수의 재정이 보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모리 교수의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소원도 이룬 것입니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으며 책을 통해 전 세계에 독자들의 마음에 살아있습니다.


 “난 지금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게서 그들이 나중에 어떤 짐을 챙겨야 하는지를 듣고 싶어 하지.”

죽음에 대해 직면하는 모리의 자세와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미치의 마음은 20대에 읽었을때보다 더욱 진하게 저의 마음에 전해졌습니다. 40대나 50대가 되어 읽는 느낌은 또 다르겠죠. 같은 책을 보더라도 연령에 맞게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표지에 있는 글처럼 열네 번의 인생 수업을 받았습니다. 죽음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과 소중한 인연에 대해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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