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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27. 2022

기술 상담사로서의 근황과 N형과의 점심

일상과 인연

 기술 상담사가 된지도 어느덧 10일이 넘었습니다.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팀에 배정되었다며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진작에 해소되었습니다. 아직은 일처리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업무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세부 사항을 빼고 세 가지 업무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중에 두 가지 업무는 진행 중입니다. 오늘 여유가 되면 남은 업무는 배우기로 했었는데 오후에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기술 상담사는 저희 센터에 5명밖에 없습니다. 기존 인원이 3명, 저랑 C군이 이번 달에 배정되었는데 기존 3명 중 1명도 이번 달이 마지막 근무라고 합니다. 상담사란 직업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평균 근무 기간이 짧은 편이긴 합니다.


 C군은 제 옆 자리이기도 하고 저보다 두 살 어립니다. 1년 이상 다녔고  활발한 성격이라 센터에서도 많은 상담사들을 알고 있습니다. 조금은 가벼운 성격인 것 같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편하게 지내기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OO아, 너도 말 편하게 해. 내 동생이랑 동갑이야. 매일 보는데 사이좋게 지내자.”

 “에이, 형한테 어떻게 쉽게 말을 놓아요.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놓아야죠.”

 “그럼 평생 말을 못 놓겠다. 난 술을 안 마시는데.”

 “안 그래도 제가 말이 많은데 말까지 놓으면 장난 아닐 걸요. 괜히 말 놓으라고 했다고 후회할걸요.”

 

본성이 착한 사람인 것은 겪어보니 알겠지만 사석에서 같이 술을 마실 생각은 없습니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결혼 후에는 아내가 없는 자리에서 술을 마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만날 것 같진 않습니다.


 “저는 기술 상담사는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일반 상담사로 돌려달라고 팀장님한테 말했는데 이미 배정되어서 안된대요. 형은 어때요?”

“난 기술 상담사가 훨씬 잘 맞는 것 같은데.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 알려주고 나면 고객들도 감사해하고 나름의 성취감이 있어. 일반 상담사는 전화하자마자 화내는 사람도 있고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고 불평불만하는 사람도 있어서 힘들었거든.”

“저는 오히려 그게 가볍고 좋아요. 아는 것만 안내하면 되고 원격제어는 부담스러워서 못하겠어요.”


 일반 상담사는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받는데 기술 상담사는 일반 상담사가 AS가 필요한 건을 전달해주면 내용을 확인해서  처리해줄 수 있는 건은 처리하고 현장 방문이 필요한 건은 AS를 접수해줍니다. 프로그램 설치 관련해서는 원격제어를 통해 설치하고 원활히 작동하는지 살핍니다.


 고객 상담 내용을 보고 준비를 한 다음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업무이지만 그중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우면 노하우가 쌓이고 재미있습니다. 일반 상담사로 근무할 때는 100여 건이 넘는 상담을 하며 시계만 바라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11시쯤 고객님과의 상담은 끝났고 프로그램 설치를 위해 원격제어 중이었습니다. N형의 전화가 왔습니다.

 “형이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왔는데 점심이나 먹을까?

 OO짬뽕 생각도 나고 해서.”

 “네, 좋아요. 12시에 나갈게요.”

 “그래, 미리 메뉴 주문해놓을게. 뭐 먹을래?”

 “저는 자장면이요.”

 “엥? 자장면. 알겠어.”


 N형은 OO짬뽕이 인생 짬뽕이라며 그 집 짬뽕을 예찬했기 때문에 제가 자장면 먹는다고 할 때 의아해했습니다.

12시가 되자마자 짬뽕집으로 향했습니다. N형에게 전화를 하며 이동했습니다.


“형,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파마하셨네요.”

“응, 지난 주말에 했어. 잘 지내고 있지.”

N형이 점심시간에 한정되어 있는 저를 위해 미리 주문을 하고 기다렸었습니다. 오랜만에 근황을 나누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자장면은 특별하진 않았습니다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짬뽕은 파랑 양파 등의 야채를 불맛을 내서 끓여서 깊은 맛이 났고 N형은 역시 이 맛이라며 한 달에 한 번씩 와야겠다고 했습니다. 짬뽕도 짬뽕이었지만 5년을 보냈던 직장 동료들 생각과 소개로 입사를 한 제가 생각이 난 모양이었습니다. 퇴사할 때도 제가 잘 적응할 때까지 다니지 못해 미안해했었습니다. 형이 어디로 구직을 할지 모르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하는 점심 식사는 환영입니다.


점심시간은 1시간뿐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N형이 아쉽다며 잠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여 음료를 테이크 아웃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소중한 인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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