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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26. 2022

단지 햄버거가 먹고 싶었어요.

코로나와 햄버거(be on a diet)

 (내일 오후에는 뉴욕 버거 세트가 간식으로 지급될 예정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사무실 공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뉴욕 버거 세트가 어디 버거인지 어떤 맛인지 모르지만 햄버거를 준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습니다. 맥도날드에서 5년을 일하며 주식으로 먹었기 때문에 평소에도 햄버거를 잘 사 먹진 않습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게 되니 햄버거도 먹고 싶어 졌습니다. 사무실에서 주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다며 정신승리를 했습니다. 오후에 준다는 글에 햄버거는 열량이 높을 테니 점심은 건너뛰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오후에 N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잘 지내? ㅇㅇ짬뽕이 생각나서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내일 시간 괜찮아?”

“그럼요. 내일 점심시간에 맞춰 오시면 짬뽕 먹으러 가요.”

 사실 저는 짬뽕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국집에 가면 항상 볶음밥을 먹습니다. N형이랑 몇 번 갔던 짬뽕집은 자장면과 짬뽕 전문점이라 볶음밥이 없습니다. 다이어트 중에는 먹고 싶은 것을 참고 소량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먹는 것에 예민해집니다.


가수 비가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며 관리를 하기 때문에 한 끼만은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맛집을 찾아다녔다는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는 것 같고 이왕 먹을 거면 맛있는 걸 먹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몸무게를 보고 후회하더라도 맛있는  먹으면 기분이라도 좋으니까요. 자장면을 주문하고 밥을 비벼 먹고 대리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햄버거는 어떻게 하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 집에 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 데워 먹어야지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뉴욕 햄버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전부터 무언가 어수선했습니다.  이유는 저희 사무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전부터 2명씩 교대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왔습니다.


 저는 검사를 받으러 나가면서 N형에게 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일정을 미루자고 연락했습니다. 일정이 밀렸지만 섭섭하진 않았습니다. 자장면이랑 햄버거의 칼로리가 높아서 둘 중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햄버거가 먹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온 터라구내 식당을 이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해야 해서 섣불리 어딘가에서 밥을 먹기도 그랬습니다. 오후에 햄버거를 준다고 하니 그걸로 요기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혹시 모르니 김밥이라도   사라고 했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단체 주문이니까 미리 겠지 하고 김밥을 사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일을 하다 보니 간식에 대해 잊고 일했는데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17시쯤 서랍에 있던 두유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아내 말을 들을걸 후회했지만 이미 저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고칼로리의 음식으로 열량을 걱정했었는데 두유 하나 먹고 배고픔에 힘이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말했다가 한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왠지 서글퍼지는 하루입니다. 햄버거가 뭐라고 돈 주고 사 먹으면 그만인데..


결국 간식은 며칠 후 음료수로 나왔습니다.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취식이 불가피하게 어려워 음료수로 대체되었다고 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확진자 1명 외에 음성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어 내심 걱정했는데 걸리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햄버거에 대한 미련은 아내가 해결해주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고 너무 배고파서 샐러드를 하나 샀습니다. 가는 길에 잠시 앉아서 먹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길가에는 앉아서 먹고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 길에서 돌아다니며 먹기도 그렇고 하필 메뉴도 샐러드였습니다.


어떻게 하지 망설이던 때에 아내가 맥도날드에 들어가자고 했고 아내는 슈비 버거, 저는 치킨스낵랩을 골랐습니다.

사실 1955 버거를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라 열랑 높은 햄버거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햄버거를 보고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입맛을 다셨습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아내는 이미 눈치챘는지 슈비 버거를 혼자 먹기엔 양이 많다며 맛을 보라고 했습니다. 사양하지 않고   베어 물었습니다. 먹고 싶었는데  먹었던 메뉴라 그런지 정말 입에서 녹는  같았습니다. 같은 메뉴여도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새삼 깨닫습니다. 다이어트 중에 먹는 햄버거는 정말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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