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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04. 2022

쿠팡의 추억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요.

 쿠팡을 처음 접한 것은 맥도날드에서 매니저 시절이었습니다. 쿠팡에서 빅맥 1+1행사를 하게 되었는데 영향을 예상할 수 없어 평소 주문의 2배를 했는데도 빵이 부족해서 난리를 겪었습니다. 화, 목, 토 배송이 있는 매장이라 월, 수, 금 배송 매장에 부탁해서 주문을 넣은 다음 빵을 실어 날라야했습니다.


 부족분은 빌려서 처리를 할 수 있었지만 행사가 끝난 다음 평소 주문대로 넣었다가 빅맥 행사동안 빅맥 위주로 주문했던 고객들이 다른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빅맥 빵이 남아서 인근 매장에 알아보고 빵의 날짜를 바꿔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른 매장들도 동시 다발적으로 비슷한 현상을 겪었습니다. 다른 재료들은 비교적 날짜가 길고 호환이 되는 재료였지만 빅맥 빵은 시그니처였던 3단 빵이었고 유효기간도 5일이라 날짜를 바꾸고 바꾸어도 결국 해결이 되지 않아 다량의 빵을 버렸습니다.


 그런 소동을 겪었던 동기들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매장에서 재료 주문을 맡고 있었던 동기들은 쿠팡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쿠팡반대”라는 조 이름을 정했습니다. 우수한 조는 맥도날드 자체 뉴스에 이름이 실리는데 저희 조는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해서 맥뉴스에 이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고객사의 이름에 부정적인 어휘를 넣은 “쿠팡반대”란 이름이 자체검열되어 “쿠팡”이란 이름으로 올라갔습니다. 저희도 재미있자고 했던 거라 크게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니라 괜찮았습니다.


 이직 이후에는 쿠팡의 로켓 배송을 이용해서 매장의 물품을 주문했었는데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이 와서 이용이 편했습니다.


 상담사 생활을 하며 부족한 월급만큼 주말에 쿠팡에서 알바를 해야겠다고 생각 후 쿠팡에 일용직을 신청했습니다. 정말 많은 인원이 근무를 했습니다. 코로나로 출근부터 거리를 두고 엘레베이터도 발로 표시를 한 정원만 타고 올라갈 수 있어 한 시간 정도 여유있게 도착했는데도 진입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물류창고라 그런지 한 층이 보통 건물의 2층 높이보다 높았습니다. 처음 하게 된 일이라 출고를 맡았는데 업무는 입고, 출고, 허브로 나누어졌습니다. 출고는 단말기에 표시된 구역의 물품을 카트에 옮겨 싣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들은 서서 박스 포장하는 업무들을 할 수 있도록 빼주기도 했는데 건장한 남성인 저는 그런 업무는 배정받을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시간이 잘 가고 생산성이 단말기에 표시되고 있어 게임하듯이 더 부지런히 했습니다. 며칠 다니다보니 나름 꽤 잘하는지 처음에 쌀쌀 맞았던 여직원이 상냥하게 이름도 부르며 우선 순위가 급한 업무를 저에게 배정해주었습니다. 어차피 일용직인데 적당히 할 걸 하는 후회와 함께 일복은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용직으로 오신 분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이 다양했고 힘든 일임에도 여성분들도 많았습니다. 점심 외에는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일만 하다 보니 끝나고 나면 녹초였습니다. 처음 왔다가 업무 강도에 놀라서 조기 퇴근하는 사람도 몇 몇 보았습니다.


 아내도 쿠팡 일용직을 같이 가자고 하는 걸 말렸습니다. 아내는  꽤 일을 잘하지만 체력이 부족해서 집중해서 일하고 방전되는 편이라 무리였습니다.


 쿠팡 일용직은 이사하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후에 마켓컬리가 쿠팡보다는 업무 강도가 낮다는 글은 보았지만 코로나 감염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불특정 다수와 함께 하는 일은 지양하기로 했습니다.


 단점은 핸드폰이나 MP3 등의 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불특정 다수의 인원과 함께하는 거라 여러 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장점은 요즘처럼 알바 구하기 어려운 때 자신의 일정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이고 급여가 다음주에 바로 들어옵니다.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일주일 15시간 이상인 이틀 이상 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인 중에 이직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우스개소리로 쿠팡 일용직 며칠만 하라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감사하며 다닐 거라고 말하곤 합니다. 돈 버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지만 저에게 손에 꼽히는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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