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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03. 2022

돼지국밥을 찾아서

아침 여정

 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선지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제게 말했습니다.

 “자기는 선지국밥 먹을 줄 알아?”

 “어렸을  엄마가 종종 해줘서 먹긴 하는데  먹진 않지. 자기선지국밥  먹잖아.”

 “응 선지국밥은 못 먹겠어. 그런데 국밥 먹는 것 보니 돼지국밥 먹고 싶다.”

 

 생각의 흐름은 신기했지만 어쨋든 아내는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근에 돼지국밥 먹을만한 곳을 검색해보았는데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갈 준비를 하려고 하니 아내가 물었습니다.

 “어디 가려고?”

 “돼지국밥 하는 곳이 없어서 고기 사다가 해줄까 했지.”

 “저녁 되었는데 괜찮아. 한 끼인데 대충 먹지 뭐.”


 돌아 다니면서 보니 고깃집이나 횟집은 많은데 국밥집은 별로 없었습니다. 얼마 전에 설렁탕 먹고 싶다고 해서 같이 신선설렁탕을  적이 있었는데 찾아갔었는데 폐점을 해서  먹고 다른 메뉴를 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배달을 하기 위해 보았는데도 마땅치 않아서 라면을 끓였는데 아내가 돼지국밥에 대한 미련이 남는지 알아보는  아니었냐고 말했습니다. 라면은 끓인 상태라 아침에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산책을 나가며 아내가 제가 좋아하는 감자탕을 먹자고 했습니다. 어제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돼지국밥을 먹자며 검색했던 곳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근처에 없어서 30 이상 걸었습니다. 도착했는데 내부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고 폐점한 건지 간판도 보이질 았습니다. 인근 상가는  연휴라 휴무였습니다. 검색창에는 영업 중이라고 되어 있어 찾아갔는데 허탕이었습니다.


 아내는 포기하고 감자탕을 먹자고 했습니다. 한 곳만 더 가자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평점은 지금 가는 곳이 더 좋았는데 아까 그곳이 그나마 더 가까워서 간 것이고 5점 중에 4.7이라고 조금만 힘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더 걸어서 도착했는데 영업도 안 하고 배달 전문점이었습니다.


 “자기야, 나 이제 배가 아픈 것 같아. 다시는 돼지국밥 먹고 싶다고 안 할게.”

 “미안, 이렇게 허탕을 칠 줄은 몰랐네. 다음에 먹고 싶을 때는 내가 해줄게.”

결국 돌아오는 길에 본 설렁탕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을 나선 지 1시간 반 정도 지나서야 아침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 상으로는 점심이 되었네요. 그런데 큐알 인증을 하려고 하니 아내가 핸드폰을 집에 놓고 온 것이었습니다. 식당에서는 둘 다 QR을 하거나 안심콜을 해야 한다고 하고 수기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이곳에서도 허탕 치면 아내도 많이 지칠 것 같았습니다.


  직원에게 집에 돌아가서 잊지 않고 안심콜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주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핸드폰 없으면 식당에서 음식도 못  먹는 세상이야.”

 “아니야. 두 명이면 한 명만 인증해도 먹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주문  된다고 깐깐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주문은 받았으니  거면 됐지.”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돼지국밥은 아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먹은 설렁탕은 꽤 맛있었습니다. 아내는 맛있었지만 아침에 고생하고 난 뒤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아내와 함께 한 여정이라 좋았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추억이 또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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