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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20. 2022

집사 일지(35)

위험보다 일상의 반복

 시엘이의 일상을 기록하려고 시작했던 집사 일지는 어느새 35편이 되었습니다. 입양을 생각했을 때부터 길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들을 적었습니다. 최대 이벤트였던 중성화 이후로 시엘이의 일상에 변곡은 없습니다. 강아지와 달리 산책을 하는 일도 없고 다른 개체를 만날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이벤트가 없으니 소재가 없어 아쉽지만 집사 입장에서는 시엘이가 무탈하게 잘 자란다는 것이니 좋은 일입니다.


 시엘이의 일상도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반복됩니다. 저녁에 오는 집사를 반기고 습식 사료를 먹고 장난을 하고 우다다도 합니다. 새벽녘이면 와서 집사에게 발도장을 찍은 뒤 안방의 캣타워나 저희 근처에서 잠을 청합니다. 새벽에 2번 정도 잠에서 깨어 집사에게 고롱고롱 노래를 불러줍니다. 아침에 습식 사료와 간식을 챙겨 먹습니다. 거실 캣타워에 올라가서 창 밖을 바라봅니다. 집사들이 출근하고 나면 시엘이 세상입니다.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누군가 짜준 시간표대로 하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을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고양이는 변화를 싫어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이다 보니 이사, 가구 재배치, 병원 방문, 산책 등은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길고양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고양이들은 하루에 5~6번 정도 사냥을 합니다. 소량으로 자주 음식을 먹는데 길고양이들은 사냥을 할만한 작은 동물이 없는 곳에 살다 보니 사람의 도움을 받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영양 상태도 좋지 않고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서 3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게다가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받는 위해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부평 공원에서 누군가 낚시 바늘에 비엔나를 꽂아서 낙엽 아래에 숨겨놓았다가 지나가던 시민의 제보로 신문 기사에도 실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고양이가 밤마다 울어대는 것이 싫다며 고양이에게 주는 음식에 약을 풀어서 먹고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죽은 사건도 있습니다.


 길고양이의 삶은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되는 삶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면 시엘이의 동일한 일상은 그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시엘이는 지금도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아침부터 인터넷 서핑으로 시엘이 간식을 보고 있습니다. 주식은 시엘이의 취향이 확실해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고르면 되는데 간식은 다양하게 사고 있습니다. 츄르를 고르는 것은 어렵다며 연신 이야기를 합니다. 유혹이 많아서 다 사고 싶다며 인터넷 서핑을 마치고 펫 마트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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