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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21. 2022

[북리뷰] 버터

우정 아닌 우정

 아내가 고른 책 중에 “버터”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책인데 일본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으로 마녀사냥으로 범인이 된 건지 진실에 대해 알고 싶단 생각으로 선택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버터”라는 제목을 보고 BTS의 노래가 떠오를 정도로 노란색의 책을 별생각 없이 스쳐 지났고 책장에 있길래 골라서 보았습니다.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드라마 시나리오 라이터로 일하다가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포겟 미, 낫 블루’라는 작품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에 대해 주목하고 작화한 소설입니다.


 “가지이 마나코는 엄청나게 잘 먹겠지. 뚱보잖아. 그런 뚱보가 용케 결혼 사기를 쳤네. 역시 요리를 잘해서 그런가?”

  

 속칭 꽃뱀이라고 불리는, 남성의 돈이나 재물을 노리고 접근하는 여성은 예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가지이 마나코는 100Kg이 넘는 거구에 예쁘지도 않은 여성입니다. 피해액만 1억 엔, 남성 연쇄 살인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도 이 사건이 주목을 받는 것은 가지이의 외모 탓이리라. 예쁘고 예쁘지 않고를 떠나서 그녀는 일단 날씬하지 않다. 이 일로 여자들은 격하게 동요하고, 남자들은 노골적으로 혐오감과 증오를 드러냈다.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기 때문인지 나이가 많거나 못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함께 걸으면 남자가 돈이 많나 보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각을 합니다. 현 사회의 일반적인 반응에 대해 작가도 위와 같이 표현했습니다.


신문기자인 리카는 마나코를 면회하기 위해 그녀의 블로그를 프린트해서 확인하고 면회신청을 했습니다. 마나코는 사건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요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그녀의 냉장고에 있는 것을 물었습니다. 마가린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냉소한 뒤 요리를 못한다는 리카에게 우선 버터 간장밥 만들어 먹어보라고 하며 면회를 종료합니다.


 리카는 1,000엔짜리 버터를 사서 비벼먹고 과식했다 싶을 정도로 먹게 되고 버터의 맛에 중독되어 칼피스 버터를 사기됩니다. 버터 품귀 현상에도 고급 브랜드 제품은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리카와 마나코의 관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는지도 모릅니다. 기사를 작성하겠다는 리카는 마나코의 선택을 받았다는 생각으로 면회를 이어가기 위해 그녀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을 합니다.


“다른 여성이 아니라, 나 자신이 구원받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나를 위해서라도 생각하고 얘기해주지 않겠어요?”


 리카는 마나코를 겪으며 범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친구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녀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변화됩니다. 리카의 절친 레이코는 리카의 내면적인 변화는 눈치채지 못하고 외면적인 변화에만 주목해서 친구를 구하기 위해 마나코를 면회하고 그녀의 함정에 빠집니다.


 리카는 마나코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가 만들었던 요리를 만들고 마나코에게는 10인분이나 되는 칠면조 구이를 하면 초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 또한  같다며 친구가 되자고 하고 초대합니다.


 “나는 ‘언젠가’, 시간을 듬뿍 들여서 칠면조 구이를 할 거예요. 나의 즐거움을 위해.”

 “나의 칠면조 구이를 먹으러 와주세요. 꼭”


 저는 여기에서 결말을 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마나코라는 사람과 리카라는 사람의 교류를 통해 서로 마음을 여는 부분도 훈훈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 마나코가 리카에게 한 행위를 보았을 때는 배신감이 컸습니다.

 

 마나코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사기꾼이며 자신을 포장했지만 결국 살인범이 맞을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층 성장한 리카는 현실에 굴하지 않고 새 집을 사고 자신의 지인들을 초대해 칠면조 구이를 대접합니다.


 버터라는 소재로 마나코와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요리를 매개체로 글을 풀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제가 작성했다면 마나코의 살인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 같습니다. 소설을 보면서도 관심사는 마나코의 살인인지 마녀 사냥인지에 대한 것이 주였습니다. 하지만 심리와 상황 묘사를 통해 머릿속에 그리게만 할 뿐 정답을 주진 않습니다. 여성 작가이며 프랑스어학과를 나와서 프랑스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이 보는 시선을 다르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비판이 잘 녹아 있으며 우정과 사람 간의 교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가지이 마나코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다루었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더 크게 와닿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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