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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13. 2022

[북리뷰]호호호

누군가의 에세이

 지난주에 <글쓰기로 부업하라>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초보편은 독후감을 써서 해피캠퍼스 같은 사이트에 팔라는 것이었고 고급편은 책을 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독후감을 판매하는 것은 어쨌든 누군가 나의 글로 과제를 대체한다는 것이라 선뜻 내키지 않았습니다.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지만 쉽게 글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복잡해진 기분이었습니다.


 오늘은 마음 편히 읽을 책이 필요해서 에세이를 보기로 했습니다. 에세이를 본다는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같습니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친근감이 들고 어느샌가 누군가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을 느낍니다.


 주로 북리뷰를 할 때는 책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문구를 적어놓았다가 옮기는데 오늘은 힐링하겠다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어린이 영화를 만드는 여감독의 글이라 그런지 글이 따뜻하고 맑은 것 같습니다.


 윤가은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지만 글을 읽다 보면 제 또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만화책이나 문구점에 대한 추억 등은 동시대를 살았던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응답하라”시리즈나 “스물다섯스물하나”에서 느낄 수 있었던 추억을 회상하게 했습니다.


 호불호가 없는 좋아하는 것들만 가득해서 호호호 라는 제목을 지었다는  윤가은 감독의 솔직 담백한 글은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기 좋았습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의 감독이라 순수 문학예술적인 영화를 좋아할 것 같은데 “사랑과 전쟁”에 푹 빠져서 본방사수를 했었다는 그녀의 취향을 적었습니다.


 단맛, 짠맛, 매운맛, 고소한 맛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굉장한 맛집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늘 담백하고 심심한 집밥만 먹는단 말인가.


 영화인이 된 계기라든지 고충, 주로 여름에 영화를 찍게 된 배경 등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그녀의 취향인 작품들과 추천하는 이유들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걸 추천하는데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솔직한 심정을 적어 놓은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빵을 좋아하지만 빵이 체질에 안 맞아서 다른 사람들에 주기 위해 사는 걸 즐긴다는 이야기라든지 청소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일상에 차질을 주어 일요일로 정해놓았다는 이야기들은 영화감독으로서의 그녀가 아닌 친구의 일상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는 줄 몰랐는데 스트레스가 쌓여 호흡하는 법을 잊어 숨을 못 쉬었는데 과거 노래방을 좋아하던 것을 기억해서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부분은 노래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까운 친구였다면 소울메이트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을 인터뷰했는데 마트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어른들은 코로나로 전과 같은 일상은 아니지만 대부분 제약 없이 출입을 하는데 어린이들은 연약하고 백신을 맞지 않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입니다. 가고 싶은 곳이 마트라니 슬픈 현실입니다. 빨리 코로나를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의 꿈을 펼쳐라.”라는 가훈에 맞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호호호라는 제목답게 좋아하는 것에 대한 그녀의 에세이를 통해 충분히 힐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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