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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14. 2022

제일 좋아하는 음식

내 영혼을 달래주던 치킨

 어렸을 때도 우리 집은 가난했습니다. 외벌이를 하는 아버지와 가정 주부인 어머니, 그리고 맏이인 저와 남동생, 여동생이었습니다. 5명의 가족이 아버지의 월급으로만 한 달, 한 달 생활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돈 때문에 걱정하는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진 않았습니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부모님께서는 월급날 이면 외식을 시켜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두, 세 달에 한 번 꼴로 치킨을 사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는 5명인데도 한 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아버지는 한 두 조각 드시고는 손을 떼셨고 어머니는 목이랑 날개 좋아하신다며 다른 부위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남동생은 치아가 약해서 퍽퍽한 가슴 부위를 한 두 조각 먹으면 나머지는 제 차지였습니다. 여동생은 어렸기 때문에 치킨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었고 너무 맛있어서 모두 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게 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된 이후로 먹는 양도 많아졌고 여동생도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인지 치킨을 두 마리씩 주문했습니다. 그제야 부모님께서도 치킨을 드셨습니다.

 

 두 마리를 주문하면서부터 치킨이 남았는데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데워 먹곤 했습니다. 후라이드 하나 양념 하나를 주문하곤 했습니다. 양념치킨을 데워 먹으면 맛이 없어서 주로 양념치킨을 다 먹고 후라이드를 남겼습니다. 후라이드는 저의 훌륭한 간식이 되었습니다. 간장과 고춧가룻, 식초, 설탕으로 양념을 만들어서 프라이팬으로 데워먹곤 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추억 덕분인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 치킨을 자주 먹었습니다. 치킨이 맛있기도 했지만 혼자 외지 생활을 해서인지 외롭거나 힘들 때 치킨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1인 1 닭의 폐해로 살도 많이 찌는 부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제 영혼을 달래는데 공헌한 것은 사실입니다.


  며칠 전, 3월 월급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한 달 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저는 고민하지 않고 치킨을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먹고 싶어도 아버지 월급날은 되어야 먹을 수 있어서 더 먹고 싶었고 가족들이랑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지금은 맞벌이로 과거보다 풍족해서 없는 살림에도 치킨 정도는 월급날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풍족함이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레트로나 복고가 유행하는 것도 과거의 어려웠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향수하며 떠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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