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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18. 2022

보이지 않는 나의 이웃

부부싸움

 퇴근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관리실 전화번호 어떻게 돼?”

 “찾아보면 있을 텐데 무슨 일 있어?”

 “윗 집에서 크게 싸우나 봐. 부부 싸우는 소리가 장난 아니야.”

 “그 집 종종 싸우나 봐. 전에 새벽에도 싸우는 소리 들은 적 있어.”

 “둘이 싸우는 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아이가 서럽게 울어서 혹시 아동 폭력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그렇진 않을 거야. 부모가 싸우면 아이는 무서우니까 울 수 있지. 우는 소리 들어보니 어린것 같더라. 그리고 관리인 가봐야 뭘 할 수 있겠어?”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자기야, 됐어. 이제 조용해졌어.”

 “다행이네. 이따가 봐요”


 얼마 전, 아이가 신나서 뛰어다니는 소리와 함께 윗 집이 이사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이니 그럴 수 있지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로 이따금 새벽에 부부의 싸우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관리실에 전화하기도 그렇고 자초지종을 모르는데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조용해졌습니다. 아내는 깊게 잠이 들어서 모르는 것 같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녁에도 무슨 일이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부부싸움이 났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는 쌓아놓았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에서 부부가 저렇게 크게 싸우는 게 말이 되냐며 아동 폭력은 있는 건 아닌지 저럴 거면 왜 같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서로 꾹 참고 있다가 크게 터뜨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렇게라도 해소하는 게 나을 수 있긴 합니다. 다만 부부 싸움을 통해 관계가 개선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감정싸움인지라 부부생활이나 육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격한 감정에 이혼 이야기도 많이 나올 것입니다. 심지어 그렇게 이혼하는 가정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렸을 때 저희 부모님께서도 많이 싸웠습니다. 이혼 이야기도 나왔었지만 지금까지도 두 분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어렸을 때는 가전이 부서지기도 하고 불똥이 우리에게 튈까 봐 많이 무서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아내와 싸우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싸웠던 원인을 생각해보면 대화가 부족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다가 싸우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맞벌이로 서로의 직장 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퇴근하면 서로 떨어져 있던 시간에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공유합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날그날 느끼는 감정은 다릅니다.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그리고 집안일은 미루지 않고 함께 하는 편입니다.


 윗집 부부의 이야기를 하며 저희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어도 부부싸움은 사생활이라 참견이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이웃이라 그들의 안녕을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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