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랑 Mar 20. 2022

집사 일지 (36)

다이소에 다 있소

 여동생에게 안부전화가 왔습니다. 안부를 묻던  시엘이도  지내는지 물었습니다. 여동생은 시엘이의 랜선 집사이기도 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데 예비신랑이 고양이 러지가 생겨서 임시보호를 했던 지코를 입양했다가 입양 취소를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반려묘 사랑이와 동고동락했었기에 애착이  있을  같습니다.


 시엘이는 9개월 차로 이제 생월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성묘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호불호가 확실한 그녀입니다. 오전에는 고롱송과 함께 아빠 껌딱지가 되어 있지만 퇴근하고 나면 그 새 잊은 것처럼 시큰둥해합니다. 다가가면 도망가고 다른 장소에 있으면 쫓아와서 가만히 지켜보는 밀당의 귀재입니다.


 한동안 아내가 간식을 많이 줘서 아내만 졸졸 따라다니더니 목욕을 시킨 이후 아내에게 삐진 모양입니다. 목욕을 싫어하는 시엘이는 싫다는 듯 아내에게 볼맨 소리를 내더니 잘 때도 아내를 피해 제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잠이 듭니다.


 호기심이 많은 시엘이는 새로운 물건이 오면 구경을 하러 옵니다. 평소에는 저희 먹거리가 주된 물건이었지만 오늘은 시엘이 물건이 더 많습니다. 아침부터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별생각 없이 들린 다이소에서 시엘이 물건을 쇼핑했습니다.

첫 득템은 시엘이의 전용 자리 깔개입니다. 방문에서 창가의 캣타워로 가는 공간에 침대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자리 배치를 할 때만 해도 별 생각 안 했는데 시엘이가 캣타워에 오를 때마다 집사를 계단 삼아 밟고 올라갑니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잠잘 때는 곤욕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랑 자는 위치를 바꿔서 잤는데 시엘이가 밟고 다니는 통에 자다가 깨다가 반복하니 잠을 설쳤습니다.


 아내는 적응해서 괜찮았는데 생각해보니 위치를 바꿔야겠다며 가구 배치를 바꾸었습니다. 침대를 구석으로 옮기고 침대 옆에 나무 선반을 배치해서 캣타워로 진입하는 통로에 선반을 받침대 삼도록 바꾸었습니다. 나무 선반의 가시가 시엘이 발바닥에 혹시 박힐까 봐 통로에 깔개를 두었습니다.


방문 앞에 숨숨집을 하나  배치했습니다. 조립하고 배치하기도 전에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이라도 하는  들어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집 곳곳에 시엘이가 숨거나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배치를 했습니다. 스크래치도 캣타워에 있지만 추가해주고 싶었는데 다이소에서 기둥형 스크래치가 있어 장만했습니다.

캣타워의 스크래치를 가장 애용하는데 시엘이의 손톱에 많이 닳았습니다. 노끈을 구해서 다시 감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덩치가 커져서 캣타워의 숨숨집에는 꽉 차는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애용하던 장소라 그런지 낮잠을 잘 때 시엘이의 최애입니다. 위의 코끼리는 빛을 보면 움직이는 것으로 차량용인데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올려놓았습니다.

 시엘이가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장난감이었습니다. 일렉트로닉 고양이 장난감으로 펫 마트에서 11,000원 정도 하는데 다이소에서는 5,000원에 팔기에 바로 구매를 해서 설치해주었습니다. 묘생에 장난감은 필수입니다. 사냥 놀이를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운동도 합니다.

다이소에서 시엘이 물건만 3만 원 정도 구매했습니다. 들어갈 때만 해도 잠깐 구경이나 하고 그냥 나가기엔 뭐하니 음료수나 사자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충동구매를 한 건 맞는데 시엘이에게 필요하고 시엘이가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다른 생각을 들지 않았습니다.


 시엘이의 하루는 평온하고 여유롭습니다. 때로는 묘생이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말을 기다리는 직장인에게 늘 주말인 묘생은 워너비입니다. 늘 주말인 시엘이는 새로운 물건에 에너지를 쏟아내고 한가로이 낮잠을 잡니다. 아내도 오전부터 장 보고 돌아다녀서 피곤한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집사 일지 ING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와 대인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