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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26. 2022

나의 2세는

걱정 말아요.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촌수와 같은 관계가 유전자 상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대를 잇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확실히 부모님 세대만 해도 대를 잇는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유교적 사상으로 조상의 혼을 기리고 가훈과 족보를 중요시하며 성씨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명절이 되면 아버지를 따라 임 씨 성이 모여있는 큰 집으로 인사를 드리러 가고 선산으로 성묘를 드리러 갔습니다. 한 해에만 해도 증조부모님, 조부모님, 큰아버지 제사가 있었는데 할아버지 기일과 할머니 기일을 별도로 해서 명절과 제삿날이 매월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어렸을 때는 아버지께서 제사는 밤 12시에 하는 거라고 자던 저희를 깨우고 하셨습니다.


 제사를 지내고 조상님들이 식사를 하는 것까지 기다리고 치우면 새벽 1, 2시였습니다. 어린 나이에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가정에서 왜 이런 허례허식을 하는지 이해를 하기 어려웠습니다.


 청소년이 되면서부터는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장남이었던 제가 말씀을 드리니 아버지께서도 더 이상 강요하진 못하셨습니다. 자신의 대에서 끝나겠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덕분에 제사의 늪에서 해방되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차례가 간소화되었고 아버지의 인도로 가정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장남이지만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2세에 대해 크게 생각한 적은 없고 아내를 닮은  하나만 낳아서  바보를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언젠가부터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저는 출산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연연하진 않습니다.


 아내에게 얼마 전 그날이 되었음에도 신호가 오진 않았습니다. 기대하진 않았지만 막상 아빠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설레었습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태몽을 안 꾸었는데 지인 중에 누군가 태몽을 꾼 건가 하며 태명부터 지었습니다.


 아쉽게도 삼신할머니께서 점지해주진 않았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을 보면 기대를 하진 않는다는 것은 본심이 아닌가 봅니다. 내심 아내를 닮은 딸을 갖고 싶은가 봅니다. 반면 아내는 아들을 낳고 싶다고 합니다.

쌍둥이를 낳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가 아내에게 혼났습니다.


 마흔이 되어가는데 그런 철없는 소리 할 거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쌍둥이도 유전이라며 친인척 중에 쌍둥이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하나만 낳아서 잘 길러 보자며 아내를 다독여봅니다. 아내는 선을 그으며 생기면 낳겠지만 노력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걱정 말아요. 노력은 제가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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