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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07. 2022

벚꽃 그리고 고양이

벚꽃 향연과 길냥이

 봄이 오고 개나리가 피었다고 알아채니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신도림에서 거리공원을 지나서  걸어가는데 길가 양 옆에 벚꽃이 피어 분홍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보내며 주말에 벚꽃을 보러 가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출퇴근 길에 벚꽃을 실컷 보지만 아내를 위해 가는 거라고 생색을 냈더니 아내도 지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잊었나 본대. 여기 여의도야.”


  벚꽃 명소로 여의도 윤중로도 많이 가는걸 잠시 잊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벚꽃축제를 많이 제한했고 비가 와서 금방 지는 바람에 제대로 벚꽃을 즐기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오고 가며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벚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 시기에만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것 같습니다. 벚꽃 사이로 걸을 뿐인데 왠지 설레는 것 같고 기분이 좋습니다. 주말에 벚꽃 사이로 아내와 함께 거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해집니다.


 아내는 시엘이에게도 벚꽃을 보여주고 싶다며 벚꽃 놀이하러 갈 때 시엘이도 안고 가겠다고 합니다. 시엘이는 외출을 싫어할 거라 냥냥 거리며 발톱에 힘을 주며 꼭 매달릴 거라 걱정이 되지만 아내의 바람을 막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날씨도 좋아졌고 봄꽃들도 만개해서 저녁을 먹은 후공원을 거닐기로 했습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대화를 하며 걸었습니다. 늦은 시간인데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는 청년들, 배드민턴을 치는 연인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목련과 벚꽃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더욱 예쁘게 보였습니다.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것을 보며 대화를 하며 거닐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입니다.


 여유를 즐기며 걷고 있는데 강아지가 주인과 산책하다 말고 멈춰서 짖고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맹렬히 짖는 건가 해서 보았는데 잔디밭에 작은 고양이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목줄 때문에  이상 다가가진 못했는데 고양이들은 놀라서 얼음이  것처럼 가만히 있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에 시선을 빼앗겨 늦게 보았는데 강아지가 나무에 다가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강아지를 보고 놀라서 매달린 건지 원래 매달린 건지 모르지만 나무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호기심에 달려들려고 하고 견주는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히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내가 강아지와 나무 사이를 몸으로 막아서자 그제야 견주가 강아지를 데리고 제갈길을 갔고 나무에 매달려 있던 고양이도 밑으로 내려와 잔디로 내려와 몸을 피했습니다. 세 마리 모두 2킬로 내외로 보였고 시엘이 3개월 차 정도의 덩치였습니다.


 잔디를 유심히 살피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수 있는데 앞서 산책하던 강아지 덕분에 길냥이 세 마리가 공원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미는 어디있는지 모르지만 갓 독립했을 것 같습니다. 검은 냥이와 삼색 낭이는 같은 배에서 나왔는지 사이가 돈독해 보였습니다.


 아내는 안쓰러웠는지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공원 앞 편의점이라 고양이 사료나 간식은 판매하지 않아서 참치와 생수, 접시를 구매했습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니 나무에 매달렸던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검은 냥이 한 마리만 있었습니다. 접시에 물과 참치를 놓고 있는데 배가 고팠는지 바로 다가왔습니다. 사람 손을 탔던 건지 경계하지 않고 와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다른 고양이 한 마리도 다가와서 함께 먹었습니다.


 세 마리였었는데 한 마리는 근처에 없는지 오지 않았습니다. 다 먹으면 치우고 갈 생각에 옆의 벤치에 앉아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검은 냥이는 먼저 먹기 시작해서인지 다 먹고 먼저 자리를 벗어나 그루밍을 시작했습니다. 삼색 냥이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접시까지 핥고 물을 마시고 나서야 검은 냥이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아내는 내일 나올 때는 집에서 시엘이 간식이랑 물을 챙겨서 나와야겠다고 합니다. 데려올 순 없지만 매일 산책을 나가서 챙겨주고 싶어했습니다. 시엘이 어릴 때 생각이 난다며 산책을 나가길 잘했다고 좋아했습니다. 벚꽃 그리고 고양이 덕에 힐링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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