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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l 04. 2022

길고양이 보호

생명의 소중함 VS 주민 불편

 볼 일이 있어 나가다가 평소에 안 걷던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빌라 앞이었는데 고양이의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발정기 외에 큰 소음이 없는 편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위생 및 소음의 이유로 고양이를 싫어합니다. 도시의 고양이들은 키우다가 버려진 아이들도 있고 길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당연 있을 것입니다. 본래 야생 출신들은 아니기에 적응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작은 벌레나 동물을 잡아먹습니다.


 요즘은 음식물 쓰레기도 플라스틱 통에 넣어서 배출되기에 그마저도 쉽게 구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날씨가 더워 음식이 쉽게 상하는 계절에는 길냥이들의 건강에 위협이 됩니다.


 부평공원이 크게 펼쳐져 있어 길냥이들이 오고 가며 작은 벌레나 사람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을 먹곤 하는데 정착하긴 어려운 환경이라 영역 동물임에도 같은 녀석을 다시 만나긴 어렵습니다.

 길에서의 삶은 고달플 텐데 다행히 인근 주민들의 배려로 길냥이 보금자리가 마련된 모양입니다. 얼마 전에 지날 때에도 못 보았는데 최근에 생겼나 봅니다.


 보금자리 앞과 뒤쪽 두 곳에 깨끗한 사료와 물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안에는 한 마리가 누워 있었고 그 주위 차량 근처에는 세 마리가 쉬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길냥이들을 만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빈 손으로 나와서 다시 외출할 때는 고양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간식을 챙겨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외출에는 생선 간식을 챙겨 나왔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들만의 보금자리에 있는지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주차장을 지나다가 한 마리의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많이 굶었는지 빼빼 말랐습니다. 놀라지 않게 다가가서 차 아래쪽에 생선 간식을 놓아주었습니다.

조금 더 작은 크기로 잘라주었어야 했는지 입에 물고는 있는데 먹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섣불리 다가가면 놀라서 도망갈까 보고만 있었습니다. 아내는 가만히 보고 있다가 놓쳐서 굴러 나온 생선을 손으로 발라주었습니다.


 길냥이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아내는 생선 냄새를 맡고 다른 냥이들이 와서 빼앗기는 건 아닐지 먹는 걸 보고 가고 싶어 했습니다. 여분의 간식이 있어서 더 오면 사이좋게 먹도록 나누어 줄 생각인 모양이었습니다.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길냥이에게 선의의 시선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 놓고 가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가끔 길냥이가 우리를 쫓아온다면 키울 용의가 있는지 물어봅니다.

 “우리에겐 시엘이가 있잖아.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합사를 했을 때 함께  지낼지도   없고 시엘이는 겁이 많아서  무리야. 하나만  키우자.”


 안쓰러운 마음으로 길냥이들을 구제할 순 없습니다. 길냥이가 한 두 마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고 가며 음식을 챙겨줄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저도 혹시 다른 주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매번 음식을 다 먹는 것을 주위에서 기다리다가 그릇을 치워가곤 했습니다.


 집 근처에 길냥이 보금자리가 생긴 것이 보기 좋아 한동안 돌아가더라도 들리려고 합니다. 사람과 길냥이의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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