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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l 09. 2022

회사 가기 싫다

너만 가기 싫겠니? 나도 가기 싫다고

 오전에 아내와 함께 출근하고 있는데 신입 J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팀장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연락드리지 못하고 메시지를 남겨서 죄송합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오늘까지 병가를 쓰고자 합니다.”


 서비스업에 10년 가까이 종사하면서도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들도 당일에 아프다고 결근을 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이 다수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시험 등의 이유로 미리 일정을 조정하는 경우 외에는 대부분 자신의 맡은 근무를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아닌 직장생활에서 목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못 나오겠다고 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당황스러움을 내려두고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답신을 보냈습니다.


 “J님, 우선은 출근을 하신 다음, 병원을  다녀온 뒤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고객센터 특성상 팀원들의 근태 관리는 중요한 지표로 들어갑니다. 생산성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차 등 서로 겹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근태에 따라 개인의 인센티브도 반영됩니다. 개인 근태가 좋지 않으면 월급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고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출근하기 싫어하지 않을까요? 요즘은 아르바이트도 본인 쉬고 싶다고 당일에 아파서 못 나간다고 하면 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데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소 꼰대 같을지 몰라도 근무 태도는 기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메시지를 받은 J군의 연락이 왔습니다.

 “팀장님께서 제가 아프지 않은데 아픈 척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연락드렸습니다. 들으시는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그럴 리가요. 어제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조퇴하셔서 알죠.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거예요?”

 “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똑같아요.”

 “어제 일찍 가셨는데 병원은 안 가신 거예요?”

 “이런 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그냥 집에서 쉬었습니다.”

 “그럼 병원도 가셔야 할 테니 우선은 출근을 하세요. 제가 병원비 드릴게요. 오셔서 병원 다녀오고 상황 보고 진행하기로 해요.”

 “네, 그럼 빨리 준비해서 출근하겠습니다.”


 20대 후반의 직장인이 병원 갈 돈이 없다는 것이 짠하기도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옆에서 듣던 아내가 안 받을 생각하고 주라고 했습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저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재정적인 상황이 어렵다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군이 출근한 걸을 보고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몰라서 2만 원을 주었습니다. 사실 J군은 우리 팀에 배정된 것도 아니고 신입 중에 잘하는 친구라며 팀 배정되기 전까지 업무적으로 보살펴달라고 부탁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일을 잘할 거라던 이야기와 달리 근태가 엉망이었습니다. 대부분 휴식 시간 관리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오전 1타임, 오후 1타임으로 10분씩 스트레칭이나 화장실, 담배 등 총 30분 이내로 관리합니다.


 휴식을 통제하지 않는 이유는 콜 수가 본인의 성과에 영향을 주고 상대평가가 섞여있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를 합니다. 하지만 J군은 성과는 관계없는 사람처럼 휴식을 한 번 가면 함흥차사이고 수시로 사라집니다. 아프다고 일찍 가고 아프다고  못 온다고 연락이 오니 무법자가 따로 없었습니다. 제발 1팀에 배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피드백을 한다고 변화될 사람이었다면 벌써 개선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병원을 다녀와서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성대결절이라고 했습니다. 의사 진단에서 근무를 하지 말라고 하는지 물어보았으나 일상생활 가능하고 무리하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천천히 업무를 해보자고 했으나 그는 아프다는데 왜 근무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함께하는 업무이니 오전까지는 힘을 내서 근무하고 컨디션 보고 무급반차를 하자고 달랬습니다. 이미 병원을 다녀와서 근무시간 중 1시간 반이 지난 상태이고 두 시간 반만 더하면 오전 근무를 한 걸로 인정해주겠다고 설득했으나 본인이 결근을 하겠다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무급반차로 퇴근했습니다. 기분이 상했는지 인사도 없이 시간이 되자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 며칠 동안 별말 없이 각자 할 일만 했습니다.


 오후 근무라 12시 출근을 했는데 S님이 인사를 하며 J군의 지각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J군을 못 봐서 결근인 줄 알았습니다.

 “J군이 출근을 했다고요? 제가 온 지 20분이 넘었는데 얼굴도 못 봤는데요. 설마 휴식을 이렇게 오래 한다고요? 원래 오래 하긴 하는데 면담 좀 해야겠네요.”

 “그래요? 늦게 출근한 것만 봤는데 한 번 확인해볼게요.”


 알고 보니 J군은 1시간 정도 근무하다가 면담 신청을 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도 그답게 진행했습니다. 충원  인수인계를 위해 퇴사   전에 고지하라고 하지만 그것을 지킬 그가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팀원도 아닌 그에게 병원비로 2 원을 주었습니다. 물론 돌려받을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못 받은 2만원은 괜찮습니다. 1팀에 배정될까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앓던 이가 빠진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불성실하다면 차라리 성과가 좋지 않아도 성실한 사람이 좋습니다. 주말을 기다리는 회사 가기 싫은 한 직장인의 직장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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