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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Oct 09. 2022

오늘도 자본주의 안에서

돈이 돈다.

 요즘 보는 드라마의 대사 중에 와닿은 대사가 있었습니다.

 “네가 다르게 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가난하지 않는거.”


 어렸을 때 가난한 것이 싫어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어머니께서 물을 끓여주시면 그 물로 씻어야 하는데 가족이 5명이다 보니 겨울에 찬물로 씻기 싫어서 세수만 대충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을에도 찬물로 씻기 일쑤였는데 씻고 나면 항상 몸이 간지러웠습니다. 물로 세제를 잘 안 씻어내었나 보다고 생각을 해서 다음 씻을 때 더 깨끗하게 씻었는데도 씻고 나면 항상 몸이 간지러웠습니다.


 어느 순간 몸이 간지럽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았는데 어느 날 드라마를 보다가 알았습니다. 아토피 피부인 경우 찬 물로 씻고 나면 몸이 간지럽고 따뜻한 물로 씻어야 진정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토피성 피부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었고 간지럽지 않게 된 이유는 온수로 씻어서였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요즘은 어렸을 때부터 피부가 아토피성이 있는 경우 음식, 세제 등도 부모들이 알아보고 사는 걸 보면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에 그런 것은 사치였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20대 이후 알바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왔습니다. 재물운이 좋은 편도 아니고 재테크를 잘한 것도 아니고 악착같이 모으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의 모습은 제 선택의 결과인 것은 인정합니다.


 어렸을 때보다 살기 좋다고 나보다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위안하며 살아가지만 시스템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40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뉴스나 트렌드 분석을 보면 40대에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소비력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3달 후면 40대인데 장을 볼 때마다 놀랍니다. 외식도 줄이고 남들 한다는 여행을 다니지 않고 과소비를 하진 않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맞벌이인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외벌이는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돈 안 쓰기 챌린지가 유행이라니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재난 지원금도 몇 차례 나와서 삶에 보탬이 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라면 값도 오르고 전기세와 가스비 마저 오른다고 하니 삶이 더 팍팍해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하면 물질 만능 주의를 떠올리며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고 다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본주의는 부의 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너의 가난은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했고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돈을 잘 버는 직업을 선택하지 못했고 악착같이 모으지 않아서라고 사회가 말하기 위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이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학에서 공산주의는 모든 사람이 파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고 민주주의는 파이를 키워서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부의 재분배가 없이 능력에 따른 분배만 진행되다 보면 가난한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의 구성원일 뿐인 제가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으니 오늘도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예전에 아내와의 담화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자기는 왜 항상 작은 일에 분개해?”

 “큰 일은 분개한다고 해도 바꿀 수 없지만 작은 일은 내가 분개했을 때 바뀌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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