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을 만나지 못해서입니다.
동료 중 30대 초반의 남자가 있는데 미혼입니다. 성실히 출근하던 그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결근을 시작합니다.
S군의 팀장에게 그가 왜 결근을 했는지 물었더니,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술병이 났다고 합니다. 그와는 개인적으로 말을 섞을 일이 없어 잘 몰랐는데, 최근 연애를 하다가 헤어졌다고 합니다. S군은 190 가까운 키에 준수한 외모에 인기가 많을 거 같습니다. 지금의 연애도 여성 분이 먼저 데쉬했다고 하는데, 그녀를 많이 좋아했나 봅니다. 이별의 아픔으로 직장을 나오지 않을 정도라니..
연애할 때의 이별은 절절하고, 어려운데 왜 이혼은 그렇지 않을까요? 요즘 주위에서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20대에는 청첩장과 함께 결혼 소식이 많이 들렸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결혼 소식보다는 누군가 이혼했다거나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듣게 됩니다.
심지어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들은 이혼과 관련된 글이 많습니다. 불타올랐던 사랑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색이 되어버리나 봅니다. 연애 때는 서로만 바라보았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각자의 직장이나 환경에서 일하다가 지쳐서 가정에서 만나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대화의 부족으로 서로 멀어져 갑니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이혼의 주된 원인은 성격 차이라는 말로 포장이 됩니다.
그런데 모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어린이의 답변 중 이혼의 주된 원인은 “결혼”이었습니다. 순수하다며 웃어 넘기기엔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니까 이혼을 할 수 있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이혼할 일도 없습니다. 삼포시대라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돌아온 싱글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제는 이혼이 더 이상 숨기지 않을 정도로 흔해집니다. 인스턴트 사랑이란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인스턴트 결혼도 유행하나 봅니다.
어쨌든 S군의 결근은 직장인으로서는 무책임하지만,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유행하는 이 시대에서는 낭만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해서 그 사람을 잊지 못하니까요.
아내가 이 글을 보면, 저의 흑역사를 꺼내들 것입니다. “너도 그런 시절이 있었잖아.”
아내와 연애 시절, 그녀가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평소 술을 안 마시던 저이지만, 그때는 못 마시던 소주를 연거푸 마셨습니다. 평소 안 친했던 친구와도 술잔을 기울이고, 술을 마시며 그녀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 친구는 결국 두 손을 들고, 아내에게 제가 진심인 것 같은데 다시 만나라고 권유했을 정도였습니다.
아내 주위에서도 아내에게 저의 진심을 어필했고, 저는 그녀 없이 못 살 것 같았습니다. 이별 노래가 마치 다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결국 아내가 제 진심을 받아들였고, 그 이후로는 다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연애에 처음의 설렘, 함께하면서 생기는 추억 등이 있을 것이고, 한 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던 시절도 있을 것입니다.
동료 중에 아직 미혼인 W군이 물었습니다.
“팀장님은 지금도 아내를 사랑하세요? “
“네,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보기 좋아서요. 출근할 때도 함께 한다고 들었는데, 퇴근할 때도 서로 기다려서 함께 하셔서 여쭈어 봤어요.”
“저는 아내랑 함께 근무도 하고 싶은데, 쉽게 안 오네요.”
“역시 사랑꾼이시네요. 전에 형수님 만났을 때 팀장님이랑 같은 티셔츠 입고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요. “
“제가 커플템을 좋아해요.”
이혼, 요즘 쉽게 담는 말이고,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라 안타깝습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금슬 좋고, 손 꼭 잡고 다니시는 노년 부부들도 있습니다. 저도 아내와 그렇게 함께 늙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