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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18. 2023

누구를 위한 반려동물인가?

집사일지(56)

 아내가 몇 달전쯤 시엘이의 반려동물로 물고기를 키우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은 곤충이 움직이는 것을 하염없이 지켜보는 아이인지라 물고기의 움직임에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일부러 곤충을 키울 순 없지만 물고기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호기심 많은 시엘이가 물고기를 꺼내서 장난치거나 먹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장난감 물고기를 알아보았습니다.

출처: 쿠팡

가장 큰 단점은 10분 이상 사용 시, 방전이 된다는 것입니다. 금방 질려하는 시엘이 성격상, 10분 이상 사용할 일도 없겠지만, 질려하거나 관심이 없으면 쓸데없는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고기를 알아보기 위해 마트의 수족관 코너에 답사를 했습니다. 마리 당 2,000~3,000원 정도에 팔고 있었습니다. 어항을 볼 때 가장 유의 깊게 본 것은 뚜껑이 있는지, 아크릴 재질인지 보았습니다.


 물고기를 키운 건 어렸을 때 PT병에 개울가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일주일 정도 키운 경험이 다인지라 선뜻 실행으로 옮기긴 어려웠습니다.

출처: 쿠팡 아큐팟

 그 담 고려한 것이 아내의 동료가 식물과 함께 물고기를 키우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해서 비교적 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만 유리병이라 시엘이가 호기심에 치면 바로 넘어져서 깨질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여과기의 소음도 심하다고 되어 있기에 보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시엘이의 반려동물 건은 잊히는 듯했습니다.  오전에 산책을 하기 위해 나왔다가 아내가 식물 보러 가자고 해서 가는 길에 입구에서 물고기를 팔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붉은색 계열의 작은 물고기였습니다.

 집에서 키우다가 너무 많이 번식해서 머리당 500~1,000원에 팔 생각으로 가지고 나오셨다고 했습니다. 붉은색의 작은 물고기에 꽂힌 저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언제까지 계실 예정인지 여쭈어보았습니다. 다 팔 때까지 있을 거라 저녁까진 있을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어항 사서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이동했습니다.


 몇 달 동안 고민하다가 바로 실행하려니 민망했던 저는 아내에게 MBTI의 J와 P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J와 P가 큰 차이가 없이 나왔습니다.  J가 51%, P가 49% 로 어떨 때는 계획적이지만, 어떨 때는 즉홍적입니다.  


 이미 물고기에 꽂힌 저는 돌진하는 것처럼 걸었습니다. 현금이 필요해서 은행에 들르고, 다이소에 들렀습니다. 작은 아크릴 어항을 사기 위해 갔는데, 가까운 다이소로 갔더니 전에 봤던 어항은 없었습니다.

 다시 마트의 수족관 코너로 갔습니다. 아내가 전에 봐둔 어항으로 샀습니다. 마침 직원 분도 있어서 먹이와 모래, 간단한 장식물도 추천해 주셨습니다. 전 금붕어라고 생각했는데, 생긴 걸 듣더니 삼각 플래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보여주신 물고기를 보니, 삼각 플래티였습니다.


 준비를 해서 다시 할머니께 갔는데, 그 사이에도 많이 구경하고 갔지만, 저희가 개시 같았습니다. 준비해서 다시 온 저희를 반겨주시고 얼마나 사갈 건지 물으셨습니다. 만원을 드리며, 만원만큼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작은 아이들은 500원~1,000원, 큰 아이는 2,000원이라고 하셔서 10마리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많이도 담아주셨습니다. 어항을 사 온 걸 보고 잘 키울 거라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30마리는 족히 돼 보였습니다.

 어항에 물갈이를 하기 전에 컵으로 옮겨가서 물갈이 후에 옮길 생각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비닐에 물도 많이 담아주셔서 바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모래를 쌀 씻듯 헹군 다음, 어항에 물과 물고기를 옮겨 담았습니다.

  시엘이는 잠시 관심을 보인 듯 했지만, 너무 많은 움직임에 놀란 모양인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쉽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야 시엘이의 반려동물인지, 제 반려 동물인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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