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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un 19. 2023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집사일지(57)

 “그냥 놔둬. 잘 자고 있잖아. 냉장고 소리 같네. “

 생각보다 큰 여과기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여과기를 꺼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어났습니다. 잠결에도 아내는 제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이야기했습니다.

 

 어항 위치를 옮길까 생각했으나, 저희 근처에 있어야 시엘이가 사고를 쳐도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니 고양이가 어항에 손을 담가 물고기를 잡아채는 모습을 본 적 있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채는 것은 괜찮으나, 물고기를 먹고 탈이 나거나, 어항 위에 올라가거나, 어항을 쓰러뜨릴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시엘이는 처음 본 낯선 생명체로 인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니 다가와서 손으로 톡톡 건드려 봅니다. 영상을 올리면서 다시 보니, 이 녀석 입맛을 다시고 있다니.. 반려 동물은 먹는 거 아니야.


 ‘플래티가 너무 많아서 이름을 붙이지 못하지만, 실종 신고 들어오면 체포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너뿐이야, 이시엘.’


 할머니께 받은 물고기를 준비한 어항으로 옮겼으나, 물높이가 너무 낮았습니다. 여과기를 설치하기엔 물높이가 낮아서 내일 물의 염소가 사라지면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물은 적고, 개체 수는 많으니 물이 금방 탁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밤늦게 물을 500미리만 더 추가하고 여과기를 억지로 설치했습니다. 기포가 수면 위로 생성되었으나,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려고 눕고 보니 정기적으로 들리는 기계의 진동 소음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결국 뒤척거리다가 소음이 적은 여과기를 검색해서 주문했습니다. 열대어의 수온을 유지하기 위해, 히터도 구비하고, 청소와 환수를 위한 사이펀, 개체를 옮길 때 사용할 뜰채는 저녁에 주문했었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들어오니 평소 생소했던 물건들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출근하면서 방문을 닫습니다. 시엘이는 자신의 영역이 사라지는 걸 싫어해서인지 닫힌 방문 앞에서 긁거나 울기 때문에 시엘이와 함께 살게 된 이후로 한 번도 닫은 적 없는 방문입니다.


 “플래티는 시엘이 반려 동물인거지?”

 “응, 시엘이도 좋아하던데.”

 “아니야, 자기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 플래티의 안전을 위해 문 닫는 거 아니야?”

 “아닌데..시엘이가 우리 없는 사이에 플래티를 먹고, 탈이 나거나, 수조를 엎어서 다치면 곤란하잖아. 옆에 전기 코드도 있어서 합선이나 불이 날 수도 있고.”

 “시엘아, 아빠가 플래티 안전을 위해 문 닫으면서 변명해.”


 시엘이의 안전을 위해 문을 닫고 갑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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