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극한직업
팀장이 된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었습니다. 1 팀장은 기술 팀장을 겸하고 있어 기술팀에게 배정된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연장 근무가 불가피합니다. 업무를 끝내 놓고 가야 마음이 편하니 연장은 당연시하게 되었습니다. 시스템이 바뀌면 연장이 줄어들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릅니다. 많은 회사를 경험하진 않았지만 제가 경험해본 시스템은 세 가지입니다.
1. AS팀을 구축하여 AS로 인입되는 연락을 바로 처리하고 기술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이첩을(다른 부서로 전달) 합니다.
2. 개인과 영업장을 구분해서 일반 상담사가 연락을 받고 기술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호전환(전화 연결)을 합니다.
3. 일반 상담사들이 연락을 받고 기술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이첩을 합니다.
현재는 3번에 해당합니다. 3번의 장점은 특수팀을 제외한 일반 상담사 모두가 상담을 우선 시 하기 때문에 고객센터의 응대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점은 접수건이 많은 경우 신속한 응대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접수 순서대로 처리하게 되어 고객의 불편을 야기합니다.
1번의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좋을 것 같아 건의를 했으나, 이미 운영되던 방식이 있어 변화를 하긴 어려웠습니다. 팀장은 관리자로서의 책임만 있고 권한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기술 팀원은 4명인데 그중 2명은 팀장 출신(팀장을 하다가 퇴사하고 재입사, 팀장에서 상담사로 전환)이고 1명은 팀장 권유를 받았으나 거절했습니다. 상담팀장은 3명인데 현재 2 팀장이 공석입니다. 2 팀장이 상담사로 전환했고 제가 기술 팀원으로 데려왔습니다.
퇴사하고 재입사한 팀장은 제가 팀원으로 있을 때 팀장이었습니다.
다른 곳에서의 팀장의 위상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곳 팀장은 남들이 하기 힘들어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하는 일꾼입니다. 위안이 되는 것은 팀원들이 고생한다고 간식거리를 챙겨주거나 고생한다고 격려해주는 것입니다.
출근하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흘러갑니다. 어느 날은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신저로 상담원들의 질의, 기술 독촉 건, 민원 처리 요청 건을 받다 보면 그 외 해야 할 업무는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입니다.
센터장님은 고객응대율을 우선시해서 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상담원들을 독려하거나 장시간 진행되는 상담을 대신할 것을 요청하지만 기존 세 명이 하던 것을 두 명이 하려니 일에 치입니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그동안 함께 근무한 3 팀장도 이번 달까지 하고 그만둔다고 합니다. 원래 6월에 퇴사 생각을 했으나, 육아 휴직에서 복귀할 팀장이 1월에 올 예정이라 이번 달까지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1월에 복귀하는 팀장은 기존에 팀장 하던 사람이라 다시 손발을 맞추겠지만 변화는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가끔 팀장 제의를 거절했어야 하는 생각도 합니다. 상담사였다면 내 일만 잘하면 되는데 감투의 무게가 버겁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본의 아니게 신규 팀장이 상담사로 내려오겠다고 면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면담하는 모습에 젊은 나이고 미혼이라 그런가 발언이 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퇴직서를 마음에 품고 다니는 건 기본일 것입니다. 3, 6, 9,12의 위기를 견디라고들 하는데 1년이 넘어도 위기는 계속됩니다. 좋아하는 것도 일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오죽하겠습니까?
오늘도 시간과 돈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