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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22. 2022

화장실 좀 만들어주세요

여초 회사는 여자 화장실만 만드나?!

 상담사의 길로 첫 발을 내딘 날이었습니다. 낯선 지역에, 낯선 건물이라 생소한데 생리현상은 그런 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왔는데 당황스럽게도 화장실이 두 개인데 모두 여자 화장실입니다. 교육 강사에게 화장실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기존 직원에게 남자 화장실은 어디인지 물었는데 모른다고 했습니다. 여자 직원이 남자 화장실에 대해 알리가 없다는 걸 생각 못했습니다. 교육 강사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무실이 10층인데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야 한다니 너무 불편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 1층으로 내려가서 볼 일을 마치고 다시 10층으로 왔습니다. 하다 못해 9층이나 11층이었으면 계단으로 빠르게 가면 되는데 고층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업무 중에는 휴식 시간은 별도로 없으며 생리현상인 경우에도 1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왕복만 10분 가까이 걸리는데 큰 일이라도 보게 되면 눈치까지 봐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실에 10명 중 2명꼴로 남자가 있어서 여자 화장실을 두 칸 만드는 것이 다수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역차별을 당한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10층만 해당회사가 임대했고 9층과 11층은 다른 회사가 임대했으니 공용 공간인 1층을 이용해하는 부분은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살면서 화장실을 이렇게 멀리 사용해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화장실을 가야 하는 횟수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업무시간에는 가급적이면 물이나 음료, 커피는 마시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 근무하면 건강에 해롭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출근을 했고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을 갔는데 또, 여자 화장실만 두 칸이었습니다. 설마 모든 고객센터가 여자 화장실만 있는 건 아니겠지? 또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사무실에서 남자 직원이 나왔습니다.

 “초면에 죄송한데 남자 화장실은 어디 있을까요?”

 ”8층으로 올라가시거나, 6층 내려가셔서 사용하면 돼요. “

다행히 본사 건물로 전체를 사용하는 곳이라 1층으로 내려가진 않아도 되었습니다.


 계단으로 한 층 오르고 내리는 정도야 10층에서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적도 있으니 수월했습니다. 남초 회사도 여자 화장실은 만들 텐데, 여초 회사는 남자 화장실을 안 만들어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예전에 읽었던 <이갈리아의 딸들>이란 책이 생각났습니다. 대학생 때 교양 과목 리포트 때문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이 바뀐 것에 대한 내용으로 남녀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론은, 남자 화장실도 같은 층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회사에 말은 못 하고 브런치에 일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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