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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Dec 14. 2022

돈키호테 아내와 소심쟁이 남편

저마다의 가정교육

 지난 글을 보고 많은 관심과 댓글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답글을 적었다가 지웠다가 반복하다가 답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라 평소보다 높은 조회수와 댓글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좋아했습니다.


 아내는 글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말로만 ‘님’ 편이라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아내는 1호 팬이기에 항상 저의 글을 읽고 응원해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글을 읽으며 서운했던 생각이 드는지 야속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지나간 사건을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잘하는 수밖에요. 아내 성격이 어디 가겠습니까 비슷한 일은 또 벌어질 텐데요. 아내와 함께 걷다 보면 가끔씩 돌발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성격 상, 남의 일은 신경을 쓰지 말자 주의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본인의 기준에 어긋나는 일을 보면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달려가듯 직진, 또 직진입니다.


 아내가 어느 정도로 직진인지 직진 본능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드릴게요.


 그녀가 볼 일이 있어 양재역에서 내려 이동 중이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초등학생 남매가 멀쩡한 옷을 입고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워하면서 서로 떠넘기며 웃고 있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영문을 알아보기 위해 남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남매는 웃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갈길 가세요.”

 “네? 뭐라고요. 멀쩡한 애들이 구걸을 하고 있는데 그냥 가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이 아이들 아비입니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마시라고요.“

 “그러니까, 아저씨 말씀은 이 아이들이 자녀라고요?

그런데 왜 구걸을 시키세요? 아이들이 부끄러워하는 것 안 보이세요? 당장 애들 데리고 집에 가세요. “

 “거 참, 아줌마가 오지랖도 넓으시네. 저희 아이들이

부모가 힘들게 돈을 벌어오는 것 모르고 막 써서 돈 버는 게 힘들다는 걸 몸소 체험시키는 겁니다. “

 “가정교육은 가정에서 대화를 통해 하셔야죠. 이렇게 하시면 아동 학대예요.”

 “말조심하세요. 아동학대라니. 제가 누군지 알아요? 배울 만큼 배웠고 아줌마보다 많이 벌어요. 누구를 가르치려고 들어요.”

 “아저씨가 누군지는 모르고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니 말씀드린 거예요. 아이들 좀 보세요. 뭘 배우겠어요? 수치심을 가르치는 건가요? 명백한 아동학대예요.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서야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느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내도 선약이 있어 이동하던 중이라 그 모습을 보고 떠났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중년 남자의 행동은 몰상식하고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가 맞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다만 양재역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 아내만 그 아이들을 보았을까요? 다들 남의 일이라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게다가 저도 없었는데 그 남자에게 맞거나 심한 소릴 들었다면 어떻게 할 뻔했냐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내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맞으면 바로 진단서 끊을 거야. 합의는 없어.”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아내는 밤길에 혼자 오는 것도 무서워해서 혹시 저와 퇴근 시간이 다르거나 약속이 있어 늦을 때면 꼭 마중을 나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장 후임에게도 업무 위임할 때조차 눈치를 보곤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면 그녀 안에 잠들어 있던 용기가 샘솟나 봅니다.


 돈키호테 아내를 지키기 위해 소심쟁이 남편은 그녀를 말리며, 갈등 대상에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둘이 있을 때 서운해할 아내에게 사과합니다. 평범한 소시민일 뿐인 저는 사과를 통해 얻는 평화여도 무탈함이 제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겠죠. 하지만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나름의 이성을 가지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워야 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상처를 주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상처를 주었던 시간들이 돌아오고 나서야 후회하는 건 늦습니다. 아내를 말리긴 하지만, 그녀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그녀를 지지해주는 응원 댓글에 감사하며 이 글을 적어봅니다.


p.s. 사진의 그림과 차는 지나가는 길에 예뻐서 촬영을 한 것이며 동네의 한 솜씨 좋은 누군가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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