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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Jan 19. 2023

시간조차 공평하지 않다

돈도 시간도 공평하면 좋겠다

 23년이 되며 어떤 글을 적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글로 적었으나 완성을 하지 못하고 저장될 글로만 남은 글만 2개,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다가 사라진 글들도 많습니다.


 새해 첫 글이라는 생각이 약간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모양입니다. 출간을 하는 것도 아니니 언제든지 쓰고 퇴고가 가능한데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한 대로 우선 옮기기로 했습니다.


 요즘 몸으로 하는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찰리 채플린의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모던 타임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하다가 병적으로 보이는 모든 걸 조이던 해학적인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럴 일은 없지만 그만큼의 반복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나기 마련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부업했던 생각마저 났습니다. 인근 공장에서 나무틀에 종이테이프로 트랜지스터를 고정해 놓았던 것을 떼어낸 후 다시 납품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 혼자 해도 한 박스에 한 시간 정도 걸렸었는데 어느 순간 박스에 수북이 담아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 박스에 2,000원이었는데 하루에 두, 세 박스씩 가져다주었고 다음날 찾아가는 거였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하던 업무가 집안일 마저 미루고 하루 종일해도 끝낼 수가 없었습니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저와 동생마저 동원되었습니다. 처음 도와드릴 때는 단순 작업이라 TV 보면서 할만했습니다. 다만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와 동생에게는 한 시간이 넘으면서부터는 곤욕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첫 달 10만 원 남짓 힘들게 벌고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 가져다주었을 때처럼 박스 높이만큼만 보내었다면 지속적으로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 셋을 키우느라 주부생활만 하던 어머니의 부업 시도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혼자서 하지 못해 아이들마저 하게 해야 하면서도 납기를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했으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남의 돈을 버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20살 이후 아르바이트 및 다양한 일을 해서 나름 손놀림이 좋은 편입니다. 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이곳의 직원들은 칭찬에 인색합니다. 그럼에도 관리자들에게 일을 잘한다는 칭찬을 받곤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정말 시간만 때우는 사람도 보이고, 일을 못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사실 부업인 입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면 몸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 똑같은 시간을 보내면 똑같은 급여를 받으니 손해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야 시간이 잘 가기도 하고 인정받으며 일하는 것이 보람되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합니다.


 동일 시간에 동일 시급이지만 생산성이 다르니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대충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고 업무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물건을 힘들게 운반하는 것이나 포장을 하는 것이나 같은 급여이기에 운반을 하는 일에 지원하지 않고 상품을 준비하는 일로 이동했습니다. 시간당 급여가 같은데 힘든 일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니까요.


 2023년 시급은 9,620원입니다. 2022년보다 5% 올랐습니다. 제가 일용으로 일하는 곳에서는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작업인지 연말에 10분씩 두차례에 걸쳐 20분의 시간을 줄였습니다. 시간을 줄여서 시급이 올랐지만 일급의 변화는 거의 없습니다. 퇴근 시간이 당겨졌다면 나름 좋았을 텐데 출근 시간이 늦추어져서 아쉽기도 합니다.


 출근할 때는 금방 하는 것 같은데 퇴근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인데도 상황에 따라 체감이 다릅니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공평하지 않습니다.

 

 최저시급을 받는 사람에게는 시간당 9,620원의 시급을 벌 수 있습니다. 개인마다 능력이나 직업에 따라 시간당 금액을 논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돈이 벌리고 채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돈을 내야 합니다.


 시간이란 개념이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순 없지만 돈이 있다면 일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일하는 시간 동안 다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시간을 보내며 부의 축적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시간을 보내며 돈의 압박이 일어납니다.


 2023년에도 경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합니다. 토끼처럼 웅크릴 수 있지만 도약을 위한 준비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부의 축적이 일어나는 시간들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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