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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Mar 26. 2023

받아랏 냥냥펀치

집사일지(54)

 아침에 곤히 자고 있으면 시엘이가 슬며시 다가와서 츄르를 조공하라며 깨우기 시작합니다. 가슴 위에 올라와서 애교를 부리다가 옆에 앉아서 손으로 툭툭 냥냥펀치를 날립니다. 잠결에 그녀를 쓰다듬으면 ‘드디어 주는거냥? 집사!~‘ “고롱고롱” ASMR을 시전 합니다. 시엘이가 불러주는 ASMR에 취해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시엘이는 츄르 먹으러 왔다가 물만 마시고 돌아갑니다. 아내는 물 마시는 시엘이가 귀여워서 동영상으로 남깁니다. 시엘이의 물그릇은 사료그릇과 함께 있는데 컵으로 마시는 걸 좋아하나 봅니다. 얼굴을 감싸주는 느낌을 좋아하는 건지 물그릇 대신 컵으로 바꿔볼 계획입니다. 원래 아내가 물을 마시고 남겨놓았던 것을 시엘이가 마시는 걸 보고, 시엘이 전용컵으로 놓고 물을 갈아주고 있습니다.


 시엘이는 새벽에 부지런히 활동하다가 아침이면 집사들을 깨우는데 시간을 보고 6시 반이 되는 걸 보고 줍니다. 전에는 깨우는 대로 주었더니 새벽 두 시에도 츄르가 생각나면 깨우는 터라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습니다. 새벽에는 깨워도 주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선 깨웠을 때 안 주면 시간이 안되었나 보다 하고  기다리다가 돌아갑니다.


 아침을 알리는 시엘이는 스스로 집사에게 오지만, 관리를 하기 위해 찾으면 도망을 갑니다. 6개월이 넘으면서부터 털갈이가 시작되었는데 죽은 털들이 날려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털을 빗겨줍니다. 일주일에 세 번, 되도록이면 매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사가 바쁘다는 핑계와 주인이 관리를 받기 싫어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데 그마저도 지난주를 깜빡했습니다.


누리의 털빗, 죽은 털도 잘 빗겨진다며 보내줌

 누리의 집사 S누나가 누리의 빗을 사면서 1+1이라며 하나는 선물해 주었습니다. 선물 받은 빗으로 해보았는데 기존의 빗이 효과가 좋았습니다. 익숙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시엘이의 털 수확량이 가시적으로 달랐습니다.

환절기 재채기를 유도하는 것이 시엘이었던 모양입니다. 털이 한 움큼 나오고 기분이 괜찮았던지 5분 정도는 가만히 있었으나 놀고 싶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래도 자기가 해주니까 한동안은 시원하다고 가만히 있잖아. 털 관리는 자기 담당.”

 “쓰다듬듯이 부드럽게 해 줘야지. 자기는 털 빗겨내는 것에만 집중해서 세게 해서 그래.”

 “응 그러니까 자기 담당. 그런데 왜 검은 옷을 입고 하는 거야? 그 털 다 어떻게 하려고? “


 그렇습니다. 검은 바지는 시엘이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민망했던 저는 시엘이 빗겨주던 빗으로 털을 떼어내는 시늉을 하고 아내는 그냥 벗기나 하라고 합니다. 시엘이는 집사의 손을 벗어나 자리를 떠납니다. 아침이나 되어야 냥냥펀치를 날리며 츄르를 내놓으라고 돌아올 것입니다.


 성묘가 된 시엘이는 요즘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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