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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Apr 24. 2023

사진을 추억을 담아

남는 것은 사진뿐

본가의 창고에 잠자고 있던 앨범을 찾아 꺼내놓았습니다. 당시에 모았던 카세트테이프, CD, 책 등은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버려졌고 앨범만이 남았습니다. 앨범 상태가 안 좋다고 추억을 버릴 순 없으니까요.

  오랜만에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보았습니다. 6년 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이라 사진을 보면 아직도 이름이 생생합니다. 동네에 살고 있던 친구들이라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주 얼굴을 봤었는데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지고 소식도 끊긴 지 오래입니다.


 동네 친구인 L양은 이번에 넷째도 갖게 되었다고 아버지께 전해 들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는지 궁금해집니다. 아마 동네에 남은 친구들끼리는 지금도 종종 만나고 동창회도 할 텐데,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는 생각에 씁쓸해집니다. 20대 초반에는 납치하다시피 차를 끌고 집 앞에서 경적을 누르고 다짜고짜 나오라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앨범을 열어 다른 사진들도 하나, 둘 보며 추억 여행을 시작합니다.  앨범 상태가 좋지 않아서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접착실 앨범이라 사진을 떼는 과정에 찢어지진 않을까 조심히 한 장, 한 장 옮겼습니다. 사진이 꽤 많았습니다.

 “부모님께서 자기를 정말 사랑했나 봐. 우리 때만 해도 어린 시절 사진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나도 그렇고 내 친구들도 어린 시절 사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봐.”


 120장짜리 포켓 앨범을 어린 시절 사진으로 두 권을 채웠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사진도 한 권 정도 나왔으니 300장에 가까운 사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사진을

잘 찍지 않게 됩니다. 핸드폰 갤러리를 열어 보면 대부분 시엘이 사진뿐입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건넵니다.


 “자기, 우리 요즘 데이트를 안 한지 오래된 것 같아.”

 “방금 전에도 하고 왔는데. “

 “그 건 산책이지. 풀메하고 예쁜 옷 입고.”

 “그럼 우린 매일 하는데. “

 “그 건 출근이지. 알면서 그러면 혼난다. “

 “농담이야. 지금이라도 바다 갈까?”

 “아니 오늘은 늦었고, 너무 힘들어. 다음 주에 가자.”


 문득 바다 근처 살면서 바다는 잘 안 간다고 말했던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 말을 꺼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습니다. 이미 집안일하느라 방전이 된 아내는 쉬고 싶어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른 핑계 대지 않고 아내와 데이트를 가서 사진을 찍을 것입니다. 매번 사진 찍을 때마다 아내는 제가 뒤로 간다고 툴툴댑니다. 안 그래도 큰 얼굴이 앞으로 가면 더 크게 나오는 걸 어떡합니까? 원근법을 생각해서 제가 뒤로 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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